BOJ는 당초 물가 목표 달성 시기를 ‘2017 회계연도 중’이라고 공언해왔으나 이를 ‘2018 회계연도 무렵’으로 연기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 2018 회계연도까지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기존 0.1%에서 -0.1%로, 2017년은 1.7%에서 1.5%로, 2018년은 1.9%에서 1.7%로 각각 낮췄다. BOJ가 물가 목표 달성시기를 미룬 건 지난해 봄 이후 벌써 다섯 차례에 이른다. 일본의 지난 9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임기가 2018년 4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그는 자신의 재임 중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목표 달성시기와 내 임기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그는 2013년 4월 취임 직후 2년 안에 물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BOJ의 결정은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지게 물가 목표를 잡고 금융정책을 펼쳐온 주요국 중앙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정말로 디플레이션 심리를 불식시키기가 힘들다”며 “물가 목표를 2년 안에 달성할 수 없었던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물가가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BOJ는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 약세를 물가가 반영하고 있다”며 “물가가 그리 간단히 오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BOJ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고민해오다가 결국 물가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구로다 총재도 “향후 정책도 새 전망치 실현 여부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실제로 2%로 향하는지에 바탕을 두고 결정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카드만으로는 디플레이션 탈출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일본 정부 재정정책 의존도가 더 커질 전망이다. 구로다 총재는 “금융정책은 물론 재정정책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경제 수급 불균형이 완화하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 목표에 접근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 또 구조 개혁으로 잠재 성장률을 높이면 금융완화 효과가 틀림없이 크게 나온다”고 밝혔다. 그동안 BOJ는 정부에 대한 요구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자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 BOJ의 결정에 금융시장은 잠잠한 반응을 보였다. 구로다 총재가 이전의 깜짝 연출을 선호하는 노선에서 시장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자세로 돌아서면서 이미 회의 전부터 금융정책 현상 유지를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0.1%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