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브랜드 출범 1년을 맞은 ‘제네시스’가 내수 시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차 효과가 무색한 호된 신고식을 치러 대조된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제네시스를 고급차 브랜드로 독립시킨 뒤 선보인 ‘EQ900’, ‘G80(DH 포함)’이 지난달 누적 판매 5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과거 2세대 ‘에쿠스’와 ‘제네시스 DH’가 각각 현대차 브랜드로 출시됐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다. 하반기 들어 노조 파업에 따른 조업 기간 단축 등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EQ900은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2만930대가 팔렸다. 지난 2002년 에쿠스가 세운 국산 초대형 세단 최다 판매 기록(1만6927대)을 14년 만에 다시 썼다. 이미 올해 판매 목표치인 2만 대를 넘어섰다. G80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1만1483대 판매되어, 기존 모델(DH)의 전년 같은 기간 판매량보다 35.3% 늘었다. 이 기간 현대차의 전체 내수 판매가 48만266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네시스의 비중은 10.2%에 달한다.
이 같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 증가는 신차 효과와 함께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제네시스 = 고급차’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고급 브랜드로 안착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숙제를 남긴 상황이다. 지난 8월 미국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개한 이후 G80는 첫 달 1497대, 9월 120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제네시스 DH(쿠페 포함)와 에쿠스를 더해도 8월 2897대, 9월 2046대에 불과하다. 오히려 고급 브랜드 출범 이전 제네시스 DH의 월간 판매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앞서 제네시스 DH는 올 들어 7월까지 1만9501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2700대의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대형차 경쟁이 가장 심화된 지역이 미국 시장”이라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에 국한돼 있는 판매 지역 다변화는 시급한 과제인 만큼, 이른 시일 내 중동과 러시아 등으로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네시스 브랜드는 내년 출시 예정인 중형 럭셔리 세단 ‘G70’,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 4종을 추가해 2020년까지 총 6종의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