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에 한의사와의 거래를 중단토록 강요한 의사단체에 1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 등 3개 의사단체에 의료기기업체ㆍ진단검사기관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11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대한의사협회 10억원, 전국의사총연합 1700만원, 대한의원협회 1억2000만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009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초음파기기 판매업체 GE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고 이를 어길 경우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등의 공문을 송부하는 등 수년에 걸쳐 한의사와의 거래여부를 감시한 혐의다.
GE는 한의사와의 거래를 전면중단하고, 거래 중이던 9대의 초음파기기에 대한 손실을 부담했다. 또 대한의사협회의 요구로 사과하고 조치결과를 공문으로 송부했다.
의사단체의 부당한 갑질은 진단검사기관들에도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2011년 7월 진단검사기관들이 한의원에 혈액검사를 해준다는 회원 제보를 받고, 국내 1~5순위 대형 진단검사기관들에게 한의사의 혈액검사요청에 불응할 것을 요구했다. 거래거절 요구를 받은 기관 중 일부는 한의사에 대한 거래를 전면중단했고 일부기관은 한의사와의 거래중단을 약속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한국필의료재단, 녹십자의료재단, 씨젠의료재단 등에 한의사와의 거래중단을 요구했고 거래거절 요구를 받은 기관들은 한의사와의 거래를 즉각 중단했다. 대한의원협회도 한국필의료재단, 녹십자의료재단 등에 한의사와 거래중단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의료기기판매업체 및 진단검사기관의 자율권, 선택권 등을 제한하고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에 필요한 정당한 거래를 막아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1위 사업자인 GE헬스케어에 대해 ‘시범케이스’식 제재를 지속적으로 가한 결과, 관련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쳐 국내 유력사업자인 삼성메디슨의 거래내역도 GE와 같이 2009년부터 급감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GE는 한의사와 거래예정이던 초음파진단기 9대의 계약을 본사 손실부담으로 파기했고 녹십자의료재단 등의 진단검사기관은 한의사 수요처를 상실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한의사들은 혈액검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정확한 진단, 한약처방, 치료과정의 확인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경쟁사업자인 한의사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의료기기판매업체 및 진단검사기관들의 자율권, 선택권을 제약하고 이로 인해 경쟁이 감소하는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엄중 조치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