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AA-)과 안정적 전망(Stable Outlook)을 재확인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발표문 주요내용에 따르면 피치는 현 등급에 대한 안정적 전망을 재확인한 것은 탄탄한 거시경제 여건, 견고한 대외건전성 등 긍정적 요인과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적 도전요인(급격한 고령화, 낮은 생산성) 등이 균형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거시경제 여건상 한국경제는 다수 동급레벨 국가들과 비교할 때 견조한 성장세(perform strongly)를 유지해왔으며, 최근 수출소득은 감소했으나 확장적 거시정책이 내수를 보완했다고 전했다. 또 올해 2.8%, 내년 2.9% 등 향후 경제성장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성장경로는 2011〜2015년 평균성장률인 3%에 약간 못 미친다며, 이는 중국 경기둔화를 부분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998년 이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경상계정 수입의 8.6개월치(AA레벨 국가 평균은 4.6개월치)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순 대외채권 포지션 등 견고한 대외건전성은 현 등급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순대외자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7.4% 수준으로 AA레벨 국가 평균인 45.5%보다는 적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견고한 대외건전성으로 인해 여타 많은 아태지역 내 국가들에 비해 잠재적인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취약성은 낮으나(less vulnerable),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심각한 경기둔화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비교적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부문의 기업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한층 더 생산적인 자원배분을 가능케 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저출산에서 볼 수 있듯이 급속한 인구고령화라는 장기적 도전요인에 직면해 있다면서, 생산성이 향상돼야 지속가능한 내수주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비스 분야와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출산율은 1.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40개국 평균(1.68%)보다 낮은 수준이다.
오랜 남북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등급에 영향을 미쳐왔다면서, 북한의 4‧5차 핵실험, 개성공단 중단 등 금년 긴장상황과 불투명한 북한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등을 언급했다. 남북갈등과 장기적 통일 시나리오는 정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정치적 안정과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 확보 등 통일의 편익도 있다고 전했다.
재정건전성에서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38.9%(올해 기준)로 AA레벨 국가 평균(39.8%) 수준이라며, 정책당국이 고령화 등 장기 부담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책임성과 재정준칙을 골자로 하는 ‘재정건전화법’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0.2%, 내년 0.3%, 내후년 0.4%로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자산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아 금융안정성 및 경제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시켜주지만, 가계부채의 높은 수준과 빠른 증가세는 가계 소비성향과 한국경제의 충격에 대한 취약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할상환, 고정금리 확대 등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질적개선 노력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신규대출의 77%가 분할상환, 72%가 고정금리라고 언급했다.
1인당 GDP는 AA레벨 국가 평균(올해 4만222달러) 보다 낮은 소득수준(올해 2만7687달러)이지만, 한국경제는 이러한 소득수준에 비해 더욱 선진화(more developed)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정부·공공기관 부채 관리를 통한 공공부문 부채 감축 확대, 성공적인 구조개혁 실행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 유지 등을 들었다. 하향 요인으로는 예상치 못한 공공부문 부채 증가, 구조적인 성장세 약화 등을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재확인한 것은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지정학적 위험, 가계부채 등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한 우리경제의 관리능력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재정확대 등 경제활성화 조치와 구조개혁 노력 등을 통해 우리경제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 견조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추세에서도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재확인받음에 따라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기준 모두 중국보다 1단계, 일본보다 2단계 높은 국가신용등급 격차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글로벌 총괄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에만 21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으며, 이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