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탈세라든가, 1000억 원 가까운 이권 빼돌리기도 수사가 없었다면 밝혀질 수 없었던 거 아니겠나. 그런 부분은 평가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4개월간 롯데그룹 수사를 총괄했던 이동열(50·사법연수원 22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19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패한 수사'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그룹 내부의 구조적 비리를 밝혀내는 성과가 있었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다음은 수사팀과의 일문일답.
▲수사 결과로 봤을 때 총수일가 범죄를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도했다고 본 것 같은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공동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탈세를 주도했고, 나머지 부분은 상호 협의하에 의사결정하고 집행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도 있는데, 착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한다면.
"재작년 '형제의 난'이 일어났고, 양측에서 상호 비리 혐의를 폭로하고 언론에 보도도 됐다. 검찰에도 제보와 첩보가 접수됐고, 국세청에서도 대홍기획을 포함해 롯데그룹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단서가 보인다는 첩보가 있었다. 올해 6월초에 롯데면세점 입점비리 사건으로 신영자 이사장을 소환할 시기를 전후해 그룹 차원의 자료 파기가 이뤄졌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일부 억측과 추측이 있지만, 외부 요인은 전혀 없었다. 검찰의 순수한 수사논리에 따라 착수했다."
▲러키파이 등 중국 사업 관련해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 고발도 있었는데.
"중국 투자 부분도 초기 내사 부분이다. 신동빈 회장 영장 기각 이후에도 조사했지만, 롯데그룹 측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 고소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특수4부에서 계속 수사를 해야할 것 같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였다고 주장하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신동빈 회장의 주장이 다르다.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이 반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더 받아봐야 할 것 같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까지 수사가 진행될 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4개월 동안 그 부분 조사한 적 있나.
"로비 수사는 기본적으로 신병확보에 달려 있는데, 제2롯데월드는 핵심관계자 신병확보가 안된 상황에서 어려웠다. 여건이 된다면 충분히 물어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수사 착수할 만한 단서가 없었다."
▲처음에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신병처리 자신했을 텐데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수사 성패를 법원 영장으로 판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신병확보라는 게 수사를 계속하기 위한 목적이고, 신동빈 회장 뿐만 아니라 허수영·강현구 사장 등 신병확보를 통해서 로비라든가 추가적인 수사가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영장이 기각돼 아쉬움이 있다. 핵심 관계자인 이인원 부회장이 소환전에 돌아가시면서 일정 부분 지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수사 초반에 총수 일가 부동산 거래로 인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부분도 중요 포인트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부분은 진척이 없었던 건가.
"첩보가 있었는데, 확인결과 범죄 의율 안될 것으로 봤다. 내사 종결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안 말씀드리기 어렵다. 주변시세 봤을때 고가매도라고 보기어려웠다."
▲이인원 부회장 자살이나 구속영장 기각에 의해 강제 종료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수사에 대한 평가는 언론과 국민의 몫이다. 여러 의혹을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업수사 자체로 대기업 총수 비리를 밝히고 단죄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수사라고 생각한다. 3개월 예정으로 수사했고, 9월 12일 이전으로 일정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8월 말 이인원 부회장 자살로 애도 기간 가졌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서미경 씨 출석 불응으로 시간이 낭비됐다. 신동빈 회장 영장 청구 숙고 기간 등 포함해서 한달 정도 지연된 것일 뿐, 그룹 수사는 9월 초 일정에 맞춰 신속하게 끝내려고 했다는 점 널리 이해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