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10.12~2007.9.6)는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3대 테너로 불렸다. 그는 테너들 중 가장 높은 음반 판매율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팬을 확보했다. 한마디로 20세기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성악가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몸이 너무 뚱뚱해 연기가 무척 어설펐고, 대본을 잘 외지 못하는 데다 악보도 볼 줄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40년 이상 최고의 스타 성악가로 자리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그만의 능력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피나는 노력 덕분이었다.
파바로티는 천부적인 미성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만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힘 있고 우렁찬 성량을 빚어냈다. 때문에 그의 목소리엔 서정성과 더불어 웅장함이 공존할 수 있었다. 소리를 여리게 내야 할 땐 여리게, 강하게 내야 할 땐 강하게 표현하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대중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인간적인 매력도 그를 최고의 대중성을 지닌 성악가로 만든 요인이다.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노래 부를 때도 밝고 경쾌한 곡들을 골랐다. 공연 중 실수를 해도 재치 있는 익살과 기교로 청중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의 독특한 스타일, 예를 들면 검은 수염과 눈썹, 목에 두른 스카프, 그리고 검은 수염과 대비되는 흰 손수건도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가려는 그만의 전략이었다.
1990년에 처음 이루어진 ‘3대 테너’ 이벤트도 클래식 음악을 대중음악만큼 친숙한 것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정상의 테너들이 모인 공연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실황 음반도 클래식 곡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뭐래도 그는 대중을 위해 타고난 음악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