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 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이 6~7일 실시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참가자들은 주당 공모가격을 3만 원 중반대에서 최저 2만 원대를 제시했다. 이는 두산밥캣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격 범위인 4만1000원~5만 원보다 최대 30% 낮은 수준이다.
두산밥캣의 IPO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은 공모 가격과 규모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격의 주당순익비율(PER)은 18~22배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에 상장된 기계장비 업종의 올해 평균 PER 예상 수치인 14.13배보다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격 밑으로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상장 규모도 컸다. 이 회사는 이번 IPO에서 구주 4898만1125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로 계산한 예상 공모 자금은 2조∼2조4500억 원으로 최대 2조2500억 원을 공모하기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역대 IPO 규모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물량이 많다 보니 투자자들이 오버행(대량 대기 매도물량)을 우려해 두산밥캣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의 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는 현재 공모가를 크게 낮추거나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주관사와 협의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도 재무 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66.6%, 두산엔진은 11.8%의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두산인프라코어는 23.3%, 두산엔진은 4.1%의 두산밥캣 지분을 이번 IPO에서 구주 매출하려 했다.
하지만 공모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이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정이 연기되거나 공모가격이 크게 낮아지면 지분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밥캣의 IPO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을 경우 연결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39%에서 25~26%로, 두산엔진은 18%에서 5~7%대로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두산밥캣 IPO 관련해서는 10일 장 시작 전에 공시할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자세한 사항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