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일몰된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다시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다만, 그간 특정 대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했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한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 한정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임 위원장은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대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운용됐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지적에 “중소기업이 자체적인 신용도로 회사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금융이 이를 인수해 자금이 돌도록 지원하겠다”며 대기업을 배제한 회사채 신속인수제 부활을 시사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몰된 해당 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특별한 입법 절차가 필요하지는 않다. 따라서 금융위는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시장 상황에 따라 중소기업에 자금 융통이 필요할 경우 해당 제도를 도입해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다. 회사채를 발행해도사려는 인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제도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용될 경우, 산업은행이 사채를 인수하고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종전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에 대한 사모사채를 산은이 80% 가량 사들이고, 산은은 인수한 회사채를 담보로 프라이머리 CBO(P-CBO)를 발행해 기관 투자자에 파는 과정에서 신보 등이 보증을 서는 구조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대기업 등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시장의 불신이 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1년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현대그룹 사태가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데에 적용됐으며, 12년 후 해당 제도가 다시 시장에 나온 이후에도 5개 대기업이 이를 신청해 혜택을 받았다.
한라와 현대상선, 동부제철, 한진해운, 대상산업 등 총 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환 발행 규모는 3조477억 원에 달한다. 특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사채만 각각 1조432억 원, 9389억 원을 사들여 두 기업에만 1조9821억 원이 투입됐다. 이는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수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후 2013년 철강과 해운 등 취약 업종 기업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자 부활해, 2014년 말을 일몰로 한시적 운용됐다.
하지만 기업의 유동성이 나아질 기미가 없고,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커지자, 정부는 일몰을 1년 연장해 2015년 말까지 해당 제도를 적용했다. 현재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일몰돼 운용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