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물산을 겨냥했던 엘리엇의 칼 끝이 이번에 삼성전자로 향했다. 삼성전자 주주이자 엘리엇 계열회사 블레이크 캐피탈과 포터 캐피탈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진에 △삼성전자 기업구조 개편 △주주환원 △투자자 접근성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등 ‘삼성전자 가치증대를 위한 제안사항’을 전달했다.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엘리엇의 2차 공격이 삼성 재편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엘리엇 요구사항의 핵심은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단 7.12%의 지분율로 합병을 지연시키고 경영권을 흔들어 놓았다면 이번에는 0.62%에 불과한 소수 지분율로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분할과 분할된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간 합병, 합병 지주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를 상장 지주회사(삼성 홀드코)와 별도 상장 사업회사(삼성 옵코)로 분할하고 삼성 홀드코가 공개매수를 통해 삼성 옵코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 이후 삼성 홀드코를 공정한 조건에 따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삼성 홀드코-삼성물산 합병 지수회사 이사회에 사외이사 3명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이사회 구조 및 기업경영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지만, 본인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대규모 배당을 챙기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엘리엇의 또 하나의 핵심 요구사항은 대규모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이다. 엘리엇은 삼성 옵코가 30조 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현금배당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지난 4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 161만4000원의 15%에 해당하는 1주당 24만5000원 수준이다. 지난 6월 현재 삼성전자의 보유현금은 77조 원으로, 엘리엇은 특별현금배당 후에도 재무제표상 50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보유하게 돼 재정적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은 특별현금배당에서 나아가 지속적 대규모 배당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배당금 목표 지급 범위가 동종업계의 글로벌 경쟁기업들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환원하기로 약속한 잉여현금흐름의 30~50%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약 20% 정도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주주환원 규모를 75%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는 엘리엇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력화 시도 때부터 줄곧 요구해 온 사항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임과 동시에 막대한 현금을 챙기려는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 때 170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