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워크아웃)으로 낙인 찍히며 무려 10년간을 주인없는 회사로 떠돌았던 SK하이닉스가 화려하게 비상했다. 한때 삼성전자와 함께 '투 톱'으로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5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91% 오른 4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4만295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 경신에 나서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도 31조 129억 원으로 연초(1월 4일 기준, 21조9492억 원) 대비 10조 원 가까이 불어나며 현대차(30조8386억 원)를 제쳤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지난 5월 18일 52주 최저가인 2만5650원까지 하락했지만 6월들어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면서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 주식 2750만여주, 936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주식 1200만여주를 3992억 원 규모로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지난 4개월간 사들인 SK하이닉스의 주식 규모는 무려 1조3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 상승에 매수세가 적극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달간 PC용 DDR4 4GB(기가바이트) 가격이 17.0% 상승했다”며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4분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일각에서는 4분기 이후 D램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D램 산업은 올해 수급 개선이 본격화돼 내년까지 안정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PC용 D램 가격은 올 4분기 상승폭을 키운 후 내년 3분기까지 80%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1651억 원, 6477억 원으로 3개월전 추정치 4조180억원, 5135억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 개선을 반영해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를 3조34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D램 가격 상승폭이 커져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