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즉시연금보험에 대한 세금은 보험사로부터 받는 돈의 액수가 가장 클 때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A씨 등 2명이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즉시연금보험은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납입 즉시 혹은 일정 기간 후부터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일정 기간 나눠받는 연금의 경우 한 번에 보험금을 되돌려 받는 환급금보다 총 금액이 작은 게 보통이다. 세금부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상당수 피상속인들은 연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환급금을 받는 방식으로 절세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편법 증여·상속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세금 부과기준을 놓고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1심은 '환급금'을, 2심은 '납부된 보험료'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환급금'을 기준으로 삼는게 타당하고 봤다. 재판부는 "상속개시 시점에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청약을 철회해서 받을 수 있는 각종 환급금 등 보험계약 상 여러 권리의 금전적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며 "이런 권리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가액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부친이 2012년 완납한 즉시연금보험 계약 4건을 상속받았다. 부친이 낸 보험료 총액은 20억 4000만 원이었고, A씨가 20년 동안 연금으로 나눠서 받을 경우 예상수령액은 15억 원, 철회 및 해지 환급금은 20억 1400만 원이었다.
A씨 등은 20년 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을 14억 6000여만 원으로 평가하고 다른 상속재산과 합해 총 215억 원에 대한 세금 43억 6000여만 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A씨 등에 대해 세금 5억 4000여만 원을 추가 징수했다. 연금이 지급되기 전에 상속이 이뤄졌으므로 이미 납부한 보험료 20억 4000만 원이 상속세 산정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이에 불복한 A씨 등이 소송을 냈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 역시 B씨 등 2명이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해지환급금을 기준으로 세금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보험료를 완납한 채로 상속된 즉시연금보험의 계약상 지위에 대한 재산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을 선언함으로써 하급심의 혼선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