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최고 수장자리에 여성이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유로350지수 구성 기업 350곳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8월 18일 기준 14곳이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6명이었던 2009년에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긴 하나 전체 기업으로 따졌을 때 여성이 CEO인 기업은 4%에 불과한 것이다. S&P유로350지수는 유럽 증시 전체 시총의 75%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스 에너지업체 엔지의 이자벨 코셰, 스웨덴 은행 스웨드방크의 비르기테 보네센, 영국 여행업체 윗브레드의 알리슨 브리튼 등이 올해 CEO직에 올랐다. 지난 21일에는 엠마 왐슬리가 영국 최대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CEO직에 올랐다. 왐슬리는 회사가 설립된 이후 첫 여성 CEO가 된 것은 물론 주요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최근 여성 CEO 진출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서구 기업에서 여전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영국은 오는 2020년까지 영국 350개 대형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영국 FTSE100지수에 편입된 100개 기업 중 여성 CEO는 7명에 불과하며 이들 기업의 여성 이사회 임원 비중은 1년 넘게 26%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S&P500지수 구성기업 중 여성 CEO는 27명이었다. 이는 7년 새 9명 늘어난 데 그친 것이다. 미국 카탈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의 비중은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S&P500지수에서 여성 CEO가 단 한명도 없는 사업분야는 2곳이었고 S&P유로350에서는 4곳이나 됐다. 다만 소비재나 IT, 소비재 사업 분야에는 여성 CEO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FT는 전했다.
여성 임원 비중을 끌어올리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30% 클럽’의 브렌다 트레노든 대표는 “주요 기업들의 여성 임원진에 오르는 수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남녀 고위직 진출 불균형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CEO가 흔히 여성들의 승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CEO 승진을 늘리는 것이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데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