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현대자동차 노조를 상대로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단체들이 특정 기업 노조를 대상으로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 노동계의 무리한 파업이 중소 협력사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고, 사회적 양극화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는 막강한 노조와 금속노조 산하의 힘으로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파업하는 거대하지만 힘없는 공룡으로 전락했다"며 "대기업은 적당한 타협으로 노조의 고임금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고, 이 부담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현대차 파업 손실은 2조5000억 원 규모로, 협력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 시 협력 부품 중소기업들의 1일 손실액은 9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2, 3차 협력사들의 피해 비중은 50~60%에 달한다.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피해가 대부분 전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단체들이 특정 대기업과 노조를 상대로 비교적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 이유다.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은 "현대차가 파업하면 다른 대기업들도 파업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며 "현대차 1차 협력사가 540여 개가 있는데, 이와 연결된 2, 3차 협력사들은 최소 10개에서 최대 100개까지도 있어 대략적으로 5000여개 사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현대차 파업이 지속될 경우 불매운동까지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고임금 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대기업들이 이 같이 파업을 하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차원에서 향후 파업이 지속될 경우 대책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도 "연봉 1억 원에 가까운 평균 임금을 지급하는 고임금 제조업체(현대차)를 이 같이 시장논리와 관계없는 투쟁으로 노동가격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임금구조를 끌고 가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문제들을 계속 둬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에서 불매운동까지 검토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현대차 불매운동이 실제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소기업계가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측면에서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 회장은 현재 정부와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서도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권과 채권채무관계의 구조조정은 본질적으로 경제개혁과 무관하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부 눈치를 보면서 관 주도의 개혁을 하다보니 실기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잘못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 구조조정은 삼성그룹이 잘 하고 있다고 본다"며 "비핵심 자산을 팔고 핵심역량만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간다면 구조조정은 미래지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