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억만장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 됐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92명의 억만장자가 나온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이어 저장성이 72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고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중국판 ‘포브스’ 후룬리포트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는 32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했다. 이는 프랑스 파리(30명)와 미국 샌프란시스코(28명)를 능가하는 것이다. 항저우에서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마윈 회장이 바로 항저우 출신이다. 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항저우의 환경과 문화 역사가 억만장자를 많이 배출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1999년 베이징에서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로 돌아와 알리바바를 설립했으며 지금도 본사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항저우는 예로부터 무역허브이자 저장성의 중심지였다. 남송시대인 1127~1276년에는 수도로 경제와 정치 문화적 발전이 이뤄졌다.
서호를 중심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기 때문에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으며 많은 문인과 예술가 철학가들이 항저우를 찾았다. 또 양쯔강 델타 지역에 있기 때문에 중국 대운하 최남단의 핵심 포인트라고 CNN머니는 소개했다.
중국 현대사에서도 항저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들른 곳 중 하나가 항저우다. 마윈 회장은 “항저우는 중국 개혁개방 초창기부터 문을 연 도시”라며 “많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이곳에 올 수 있었고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이런 태도는 나에게도 혜택이 됐다”고 말했다. 10대 시절 마 회장은 종종 자전거를 타고 서호를 방문해 미국인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며 영어회화 실력을 쌓았다.
세계 최대 보안카메라업체이자 항저우에 본사가 있는 하이크비전의 천쭝녠 회장은 “중국에서 개혁개방의 물결이 한창이던 1980년대 항저우와 닝보, 원저우 등 저장성 도시들이 재빨리 올라타 많은 민간기업이 생겨났다”며 “이 시기 탄생한 1세대 기업가들은 제조업과 비숙련 노동력에 의지해 신발과 의류 등 일용품 생산에 치중했다. 이들의 ‘성공할 때까지 시도한다’는 도전정신은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탄생한 2세대 기업가들은 더욱 첨단 기술에 눈을 떴다”며 “최근에는 스마트홈과 인공지능(AI) 등에 바탕을 둔 세 번째 물결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장성에서 배출한 72명 억만장자 중에는 마윈을 비롯해 중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닐 선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 설립자, 딩레이 넷이즈 설립자, 리슈푸 지리자동차그룹 회장, 세계 1위 드론제조업체 DJI의 프랭크 왕 설립자 등이 있다.
루퍼트 후게베르프 후룬리포트 회장은 “저장성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장 빼어난 기업가들”이라며 “그들은 매우 협력에 익숙하며 다재다능하다”고 말했다. 저장성은 중국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나 전체 부자 중에는 그 비율이 15%에 이른다.
후게베르프 회장은 “특히 마윈 덕분에 저장성이 계속해서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많이 배출할 것”이라며 “마 회장은 수많은 중국 파트너와 일해왔으며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리바바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예상돼 펑레이 CEO가 새롭게 저장성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룬은 펑레이의 재산을 현재 약 9억4000만 달러(약 1조285억 원)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