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펄프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제지업계 ‘빅2’ 기업 경영인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는 원재료 가격 절감 효과에 웃음을 짓고 있지만, 제지사업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김석만 무림P&P 대표는 펄프 부문 적자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67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성장했다. 수익성은 더욱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영업이익 702억 원, 당기순이익 309억 원으로 같은 기간 중 각각 76%, 88.4% 급증했다.
한솔제지의 실적이 이처럼 크게 개선된 주된 배경은 생산원가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펄프원료 수입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제 펄프 평균가격은 수급 요인 및 환율 변동으로 톤당 63만4000원으로 지난해 말(68만 원)에 비해 약 7%가량 하락했다. 여기에 낮아진 국제유가로 에너지 비용이 줄었고, 몇 년간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면서 제품판매 가격도 상승했다.
반면 경쟁기업인 무림P&P는 사정이 정반대였다. 무림P&P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와 종이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제지업체인데, 펄프가격 하락으로 펄프사업 부문의 영업적자가 1분기 12억 원에서 2분기에는 55억 원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무림P&P의 상반기 영업이익(78억 원)은 마이너스(-) 52.27%, 당기순이익(33억 원)은 마이너스(-) 66.91%를 기록했다.
당분간 펄프원가, 유가 등 제지업계를 둘러싼 환경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에 주식시장에서도 한솔제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무림P&P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의견이 나온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제지는 실적이 좋았음에도 유상증자에 따른 실망 매물과 수급 악화로 주가가 하락했다”면서 “하지만 유상증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그간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주된 요인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므로 내년까지 실적 흐름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히려 가격이 많이 빠져 있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무림P&P에 대해 박 연구원은 “올해 무림P&P 연간 실적은 펄프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전체 영업 이익률이 전년 대비 3.3%포인트 하락한 2.7%로 전망된다”면서 “국제 펄프가격에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당분간 적자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