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파트 화재 당시 한 주민이 대피하면서 문을 두드려 이웃을 깨운 사실이 알려졌다. 이 주민의 행동으로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잇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오전 4시35분께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15층짜리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나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 9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집 주인 이모(46)씨와 그의 막내딸 이모(15·여)양, 화재 당시 1층으로 추락했던 둘째 딸 이모(17·여)양이 숨졌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쌍문동 아파트 13층 집의 바로 아랫집에 거주하는 김경태씨는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김씨는 매캐한 냄새를 맡으며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 순간 "사람 살려!"라는 다급한 외침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간 김씨는 크게 놀랐다. 윗집 큰아들 이모(21·입원)씨가 12층에서 소방 호스를 끌어다가 현관문 안쪽으로 물을 쏴대고 있었다.
김씨는 "현관문 안쪽을 들여다보니 이미 환했다. 불이 다 번진 거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빨리 피신하자. 목숨이 위험하다. 나가야 한다"고 설득했으나 이씨는 부친 이모(45·사망)씨와 어린 두 여동생 이모(16·사망)양, 이모(14·사망)양이 아직 갇혀 있는 집 안쪽으로 계속 물을 쏘기만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문득 아랫층에 있는 자신의 가족과 다른 이웃들이 생각난 김씨는 우선 가족들에게 불이 났음을 알린 다음 침착하게 수건에 물을 적셔 건네주고 아내와 자녀를 1층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김씨는 12층 맞은편 집부터 한층 한층 내려가면서 1층까지 모든 현관문을 세게 두들기며 "불이야, 불! 불!"이라고 소리를 질러 불이 났음을 알렸다.
해당 동의 주민 대다수는 화재 당시 위층이 소란스럽다고 여기긴 했으나 무슨 일인지 몰랐다가, 김씨 덕분에 화재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대피 방송이 아예 안 나왔는데 어떤 남자가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하길래 밖으로 대피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윗집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폐에 뭐가 들어갔는지 가슴이 아파서 병원을 가보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