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 참여율이 예상보다 훨씬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노사 최저 예상치에 절반 수준으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역풍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뤄지는 은행 파업 예정인원이 1만8000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총인원 대비 15% 수준이다.
이번 집계는 각 은행별 근태기록을 취합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특히 영업점포가 많은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경우 파업참여율은 3% 내외 수준이다.
파업참여율이 높은 농협은 약 20% 내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실질적인 집회는 10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만큼 지금 계속 입장하고 있어서 정확한 참가인원을 추산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파업으로 인해 문을 닫은 지점은 없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파업 참여율이 높은 지점은 본부 대체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창구대응을 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참여율이 비교적 높았던 2000년 7월 총파업에선 인수합병 등 은행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많은 참여가 이뤼진 반면, 이번 개인성과제 도입은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파업으로 인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경우 전반적인 이미지 실추와 반감 여론도 부담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최저 예상치인 40%대도 미치지 못하면서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빠지게 됐다. 지속적으로 참여 인원이 늘어난다 해도 핵심 참여자인 은행 직원 참여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사측은 3만~4만 명으로 50% 이하의 참여율을 예상했지만, 노조와 일각에선 7만 명 이상의 대량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다수의 직원들도 조합원 자격을 얻으면서 사실상 관리자급 아래 직원들은 전원이 파업권을 가졌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배경이었다.
오전 내 참여인원이 늘어난다 해도 30% 이하 수준으로 정당성 확보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금융노조는 조합원들조차 의견이 엇갈렸다는 뼈아픈 현실을 맞닥뜨리게 됐다.
이번 파업은 정부가 은행권에 개인성과연봉제 도입을 재촉하는 데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참여율이 저조하면서 파업 명분과 개인성과제 반대 주장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정부가 은행권 개인성과연봉제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임금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직원 급여는 다른 직업군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은행 직원들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이 한국은 2.03%로 미국 1.01%, 일본 1.46%, 영국 1.83%에 비해 매우 높다.
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호봉제이다.
호봉제는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직급별, 근속 연수별 기준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생산성에 맞게 유동적으로 임금 조정을 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국내 은행업의 발전이 더딘 반면 급여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은행 노조 측에선 이미 팀별 성과제를 운영하고 있고, 업무상 개인별 성과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개인별 성과 판단 기준이 모호하면, 업무 외적으로 상급자와의 관계가 평가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적 올리기 쉬운 업무만을 선호하고, 후선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등한시하게 돼 원활한 조직 운영이 어렵다는 것도 이유다.
노조는 사측에 개인성과제 도입에 앞서 개인별 성과를 객관화할 수 있는 근거나 평가지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런 지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현재 고임금 구조의 개혁을 무한정 뒤로 미룰 수는 없다는 게 정부 측 지지자들의 시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파업 참여율이 생각보다 너무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부나 사측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