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9월 22일 송성문-국보·보물 26건 기증하고 떠난 ‘성문영어’ 저자

입력 2016-09-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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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명 편집부 차장

역대 가장 많은 국보와 보물을 쾌척하고도, 기증식에도 훈장 수여식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송성문. 문화재를 기증할 때도 “집에 와서 유물을 가져가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기고는 본인은 미국에 사는 아들 집으로 홀연히 떠났다고 한다.

송성문(1931.12.1~2011.9.22)은 ‘수학의 정석’과 함께 고교 참고서의 양대 전설로 통한 ‘성문영어’의 저자다.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석문으로, 신의주교원대학 재학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단신으로 월남해 통역장교로 10년간 근무했다. 부산 동아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부산고와 마산고, 서울고 등에서 교사로 생활했다.

이렇다 할 영어 교재 하나 없던 1960년대 중반 출판사로부터 제대로 된 참고서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그가 받은 원고료는 200만 원으로, 오늘날의 아파트 한 채에 해당하는 큰돈이었다. 1967년 처음 내놓은 ‘성문종합영어(당시 정통종합영어)’는 1970~80년대 ‘영어 바이블’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성문출판사를 만들어 성문 시리즈를 출간했다.

그의 문화재 사랑은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귀중한 고서나 고문서들이 도배지 등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는 벌어들인 돈을 국보와 고서를 수집하는 데 썼다.

‘초조본 대보적경 권59(初雕本 大寶積經 卷五十九, 국보 제246호)’를 비롯해 30년간 모은 국보 4건과 보물 22건,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해 일출도’ 등 총 46건 101점을 2003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고, 그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통일이 되면 고향에 박물관을 지어 책을 진열하겠다는 꿈을 가졌었지만 그의 생전에는 어렵다고 판단해 나라에 모두 기증했다.

그해 간암 판정을 받은 송성문은 8년간 투병하다 2011년 세상과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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