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철 이사장은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논란의 중심이 돼 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현재 국회 등 정치권에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건보공단은 지난해 ‘뉴비전 실행과제’와 ‘10대 핵심과제’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선정,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부과체계 개편 시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단계적 개편 방안을 협의ㆍ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 이사장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에 대한 범위와 방법, 시기 등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개편방안이 조속히 이뤄져 현행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이사장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배경은 더불어민주당이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예산정책처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밝히는 등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정작 운영 주체인 건보공단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의 개선안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소득 기준으로 단일화하고, 피부양자 제도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는 실직과 동시에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험료가 많게는 세 배까지 늘어나 보험료 ‘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다.
116억 원 재산이 있어도 직장가입자로 둔갑해 월 6만 원 수준의 건보료를 내는 등 고소득자들이 건보료부과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장건강보험 가입자격 허위 취득자를 적발한 건수가 8300여 건에 이르며, 환수한 보험료가 293억25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성 이사장의 발언은 내년 대선과 맞물려 시기를 놓치게 되면 정부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기에 서둘러 정부의 개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과체계 개편은 건보료를 공정하게 부과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이지만, 보건복지부는 고소득자의 표심 이탈을 우려해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
성 이사장은 지역가입자부터 단계적으로 개편하면(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낮추면) 반발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단계적 개편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20조 원을 돌파한 것에 대해 그는 “(건보공단은) 흑자분을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폭넓게 방안을 검토하고 협의 중이다”며 “소중한 보험료를 국민이 가장 크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8월 말 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20조1700억 원이지만 하반기에는 임플란트, 3대 비급여 개선등 신규 보장성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행돼 흑자폭이 감소할 것으로 건보공단은 내다봤다. 올해 말 누적흑자는 19조8000억여 원으로 전망됐다.
성 이사장은 건강보험 조기정착을 위해 ‘저부담 저급여’ 체제를 유지한 탓에 2014년 우리나라의 보장률은 63.2%로 OECD 평균 80%에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여 의료비 부담을 감소하고, 민간의료보험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비 부담의 원인으로 비급여 진료를 꼽은 그는 비급여 진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자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이사장은 “‘적정수가’에 대한 합의가 필수적이며, 그 합의가 이뤄진다면 적정한 부담과 적정한 수가를 통한 적정한 급여의 수준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에 대해서는 “(국고지원은)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재정흑자가 정부 지원 축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30.4%, 벨기에 33.7%, 프랑스 49.1% 등 사회보험 방식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 국가가 우리보다 높은 비율로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과 정부의 재정전망에 따르면 2019년부터 당기적자가 시작되고, 2025년 재정고갈이 예측되지만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지원은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돼 있다.
성 이사장은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이 축소되거나 없어진다면 국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한시규정을 삭제하고 명확한 지원기준 등을 법률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