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스코’는 운임 상승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도 실적이 좋아질 것이다.”(헬레닉쉬핑뉴스)
“해상운임의 반짝 인상으로 머스크 라인은 2억 달러 이상 이익이 발생할 것이다.”(블룸버그통신)
최근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외신에서 보도한 기사들이다. 한마디로 한진해운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와중에 글로벌 선사들은 실적 개선에 시장 확대까지 여러모로 반사이익을 취하고 있다. 실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글로벌 공룡 선사들은 오랜 기간 한진해운이 닦아온 알짜 시장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세계 1위 머스크는 부산항에 북미 항로 노선을 신규 개설하고, 세계 2위 MSC도 부산~중국~캐나다 노선에 선박을 투입했다. 이미 세계 4위 코스코도 부산에 선박을 투입했으며, 세계 8위 대만 양밍도 중국~부산~미국 노선에 투입될 선박을 늘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진해운은 해외 선사들의 시장 잠식을 눈뜨고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40년 역사의 한진해운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세계 7위의 영업 노하우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등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을 그 누구도 구원해주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뿌리째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르다를 명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한진해운의 안일한 생각이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고 정부가 단순하게 지적할 수 있는 상황일까.
한진해운의 잘못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서다. ‘안일한 생각’이라고 1차원적으로 치부하기에는 정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첫 비상대책 회의를 연 것이 법정관리 신청 이후 5일이 지나고 나서인데, 이 같은 늑장 대응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해수부는 물론 기재부, 산업부 등 부처 간 협조가 없음은 물론, 컨트롤타워 자체가 없는 가운데 물류대란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점은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늪에 빠진 해운업계를 위해 정부가 7년간 내놓은 각종 지원책들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국내 선사보다 해외 선사 지원에 급급했던 ‘선박금융 및 해양플랜트 지원 확대안’, 국내 선사 경영을 더욱 악화시켰던 ‘회사채 시장 정상화 정책’, 존재감조차 없는 ‘해양금융종합센터’, 산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박펀드 조성안’ 등 말이다. 이 모든 방안이 ‘100% 실효성 없는 구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사이 해외 선진국 정부들은 어떻게 했을까.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로부터 신속하게 1억5000만 달러(약 1770억 원)를 지원받아 회복은 물론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세계 5위 선사인 COSCO는 중국은행으로부터 11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신용 제공을 받았고, 일본 정부 역시 전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이자율 1%,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해외 사례를 보고서도 우리 정부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