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김영란법’ 주의보] “사탕 한 알?물 한 잔도 허투루 넘기지 말자”

입력 2016-09-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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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올 초부터 임직원 대상 특별연수… 금융위도 8월부터 김영란법 설명회 열어… 연기금 및 관련 금융사 적용 대상 가능성에 금감원 ‘금투사 내부통제 실태’ 점검 나서

“검사 나간 지점에서는 사탕 한 알 먹는 것도 조심해야죠.”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금융당국의 몸가짐이 무겁다. 관습적으로 행한 인사치레나 저녁 한 끼로도 법 위반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 직원처럼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종사자들의 준법성을 검사하는 ‘금융검찰’로 일해 왔다. 사정기관의 비위에 대해 국민의 눈초리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에서 금감원은 지금 김영란법 ‘열공’ 중이다.

정책을 주도하는 금융위도 마찬가지다. 부처 특성상 인사이동이 잦은 데 비해 업무의 전문성은 높아서 전직자나 업계 관계자에게 자문해야 할 일이 많다. 특정 정책을 발표하면 최근 자주 접촉한 어느 회사 임원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라는 의혹에 시달릴 때도 있다. 이런 의혹이 김영란법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기회에 막연한 국민의 불신을 떨치는 동시에 업계 정화에도 채찍질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청렴한 ‘금융검찰’ 변신하자… 교육·문의 ‘후끈’ = 금감원은 올 초부터 1800여 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관련 특별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변호사가 강연하는 교육에서 금감원 직원들은 앞으로 의혹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일 있었던 강연에서는 검사를 나간 현장에서 간식거리로 주는 사탕이나 과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간식비용 역시 하루 3만 원 이상이면 김영란법에 위배된다.

금감원이 지난 6월 임시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검사 대상 기관만 3647곳이다. 금융지주 9개, 은행 59개,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 626개, 보험사 62개, 중소서민금융 부문 2775개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업무적으로 만나 왔던 사람 대부분이 피감기관 소속자인 상황”이라며 “사탕 한 알, 물 한 모금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고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상당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이 김영란법 교육에 참석하고 자체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최근 검찰과 청와대 인사들의 비리로 국민의 불신이 큰데 금감원은 오히려 깨끗한 모습을 보여 찜찜한 이미지를 털어내자는 의욕적인 직원도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역시 8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잔 흠집에도 민감한 공무원 사회의 ‘몸 사리기’ 기류는 더욱 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 취임 이후 ‘현장점검반’ 등을 통해 당국자와 실무자가 접촉할 기회가 비교적 늘어나면서 업무상 고충이나 제도의 공백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무원들이 전처럼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깨끗한 칼로 금융사 ‘내부통제’도 벼른다 = 금융당국은 자체 부정행위 방지에 힘쓰는 한편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도 ‘내부통제’ 실태를 유심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김영란법 이후에는 공적자금인 연기금과 업무상 관련이 있는 금융회사들까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검토 의견도 있어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상반기부터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업권별 준법감시인을 대상으로는 김영란법에 준하는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 준법감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회사 임직원은 업무 관련성 있는 사람과 1박2일 여행이나 해외 골프를 가지 않아야 한다”며 “사비를 들여 간다고 해도 업무상 관계자와 그런 식의 친밀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8월 말에는 저축은행 감사인과 준법감시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강화된 시스템에서는 거래 관계가 있는 회사가 주최하는 단순 ‘고객 대상 세미나’ 명목의 해외 골프는 물론이고 임직원 개인의 비용으로 해당 행사에 참여하는 행위도 비위 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업무 관련성 없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동반하는 만남이나 선물 등을 금지한 김영란법의 취지와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은 이익을 수령한 개인에 대한 제재는 물론이고 소속 회사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채권 파킹거래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이 오갔다면 혐의자의 소속 기관에도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적 성격의 연기금 자금을 관리하는 임직원이나 사보를 발간하는 연구원이 공무원·언론인에 준하게 해석될 수 있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첫 제재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눈치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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