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5.8 규모의 역대 최대 강진이 발생하고 여진이 계속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잦은 지진으로 철저한 대비책을 갖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건물 내진설계와 안전교육 등의 준비가 취약해 진도 6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피해가 예상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 건축물 698만6913동 중 내진설계가 확보된 건축물은 47만5335동으로 6.8%에 불과했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에 따른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143만9549동 중 47만5335동에만 내진확보가 돼 내진율 33%에 그쳤다.
내진설계 기준 대상인 공공시설물 12만7306개소의 내진율은 40.9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공건축물 5만1903개소의 내진율은 17.27%, 학교시설 2만131개소의 내진율은 22.62%로 내진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시 대피시설로 쓰이는 학교 역시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전국 229개 지자체의 학교시설 내진설계 현황을 보면 내진성능을 60% 이상 확보한 지자체는 세종과 오산 2곳에 불과했다. 반면 학교 내진성능 확보 20% 이하 지자체는 경북 19개, 경남 13개, 전남·전북 12개, 강원 8개, 충남·경기 7개 등 96개(41.9%)에 달했다.
제주공항, 김포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의 시설물들도 안전에 취약한 상태다. 지난달 기준 전국 14개 공항 시설물 117곳 중 46곳(39.3%)은 내진설계 및 내진보강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안전처는 전날 지진 발생 후 수분이 지난 뒤에야 진앙 반경 120km 이내 지역에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고, 서울을 비롯한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에는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다. 홈페이지는 다운돼 추석을 앞둔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한반도가 지진에 노출된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안전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강남을)은 “이번 지진을 통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됐다”며 “건축물에 대한 내진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진설계 대상이 아닌 건축물의 내진 확보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