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매입 방식에 있어 사후정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 적자 누적이 3년째를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풍년이 계속되면서 농협의 수매값보다 시세가 낮아 손해가 누적되고 있다. 따라서 사전에 수매값을 정해 농가에 지급하지 않고 사후정산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후정산제는 9월에 잠정가격을 기준으로 75~85% 수준에서 우선지급금을 농가에게 지급하고, 생산량이 확정되는 12월 중순 이후 매입가격을 결정한 뒤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풍년이 계속되면서 재고가 급증하자 수확기를 앞둔 지난 5일 20㎏ 정곡 기준 산지 쌀값은 3만4288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3% 떨어졌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7만8734㏊로 전년보다 2.6% 감소했다. 하지만 생산량은 전년 수준(432만7000톤)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비량은 줄다 보니 쌀 재고는 역대 최고치다. 지난 6월 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은 175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133만 톤)보다 42만 톤 많다.
농협은 최근 3년(2013~2015년) 연속 풍작이 들면서 전국 153개 RPC 누적적자가 1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RPC의 적자는 쌀값 하락이 본격화 된 지난 2014년 300억원대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5년 34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사후정산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농협이 생각해 낸 것이다.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는 농협RPC의 적자누적을 피하고 쌀 매입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후정산제의 전면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합원이 생산한 벼를 전량 매입하는 경향을 보였던 충남지역에서 지난해부터 사후정산제를 도입하면서 올해 흑자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해는 강원지역과 경기 등지에서도 사후정산제 도입 주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전국적으로 쌀 재고가 많아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데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다 보니 걱정이 태산같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