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 끝나지 않은 전쟁 ⑪] 천문으로 보는 한국고대사

입력 2016-09-09 18:10 수정 2016-09-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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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5개 모인 오성결집…배달국 실제로 존재했다

1979년, ‘환단고기’가 세상에 공개되자 강단사학계는 위서로 내몰았다. 첫째, 편찬 시기를 믿을 수 없다고 점과 둘째, 문화·국가·세계처럼 근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위서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문화, 국가, 세계 같은 용어들은 중국 고전에서 이미 사용하던 용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근대라는 말도 이미 당(唐)나라 때 사용하던 용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필자는 천문학자이기 때문에 ‘환단고기’에 기록된 천문기록에 관심이 많다. 천문기록의 장점은 몇천 년 전의 기록일지라도 과학적 사실인지 아닌지 입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천문 소프트웨어까지 나와서 천문학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환단고기’에는 ‘오성취루(五星聚婁)’에 관한 기록이 있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한곳에 집결하는 현상이 오성취루이다. 그런데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의 황보 승 회원이 이 오성이 한곳에 모이는 오성결집 기록을 배달국, 고구려, 고려 역사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나는 2014년 3월 11일 자 모 언론사 칼럼에서 고조선의 오성결집이 한곳에 모이는 ‘환단고기’ 기록이 천문학적으로 사실임을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환단고기’의 ‘무진오십년오성취루(戊辰五十年五星聚婁)’는 ‘무진 오십 년에 오성이 루 주위에 모였다’라는 기록이다. ‘무진오십년’은 고조선 건국 600주년이 되는 BC 1733년을 말하고, ‘루’는 동양 별자리 28수의 하나이다.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려봤더니 기록보다 1년 전인 BC 1734년 7월 중순 저녁 서쪽 하늘에 오성이 실제로 늘어섰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는 고조선이 천문대를 가진 고대국가였음을 말해주는 실례이다. 더 이상 ‘단군신화’라는 말을 쓰지 않기 바란다.

◇오성취각으로 배달국 존재 증명 =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들에게 옛 천문기록을 찾아내 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황보 승 회원이 오성결집 기록을 여러 개 발견했다고 나에게 알려온 것이다.

배달국의 오성결집 기록은 ‘천문류초(天文類抄)’에서도 발견됐다. 이 책은 세종대왕의 명에 의해 천문학자 이순지가 옛 기록들을 모아 편찬한 것이다. 오성결집은 삼황오제 중 하나인 전욱 고양씨 부분에 ‘일월오성개합재자(日月五星皆合在子)’와 같이 나와 있었다. 이 기록이 사실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갑인년인 BC 2467년에 오성결집이 있어야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리자니 가슴이 떨렸다. 무려 4500년 전 선배 천문학자의 기록을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후배가 맞춰보고 있는 것 아닌가. 정작 BC 2467년에 오성결집이 발견되지 않아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보다 3년 전인 BC 2470년 9월 새벽 ‘오성취각’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성이 28수 각(角) 별자리 주위에 모였던 것이다. 옛 달력과 지금의 달력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정도 오차는 정확한 것이다.

▲오성취루는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태양을 중심으로 돌던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하늘에서 일렬로 나란히 서는 현상이다. 사진은 천문 소프트웨어로 확인한 오성취루. 오른쪽 작은 사진은 국보 28호인 조선시대 태조때 제작된 석각 ‘천상열차분야지도’.
▲오성취루는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태양을 중심으로 돌던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하늘에서 일렬로 나란히 서는 현상이다. 사진은 천문 소프트웨어로 확인한 오성취루. 오른쪽 작은 사진은 국보 28호인 조선시대 태조때 제작된 석각 ‘천상열차분야지도’.

‘환단고기’는 상황오제가 동이족, 즉 배달국 사람들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번 오성취각의 발견으로 삼황오제 시대는 전설이 아니라 역사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물론 배달국의 역사 또한 결코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도 저절로 입증된 셈이다. 고조선도 신화라고 하는 마당에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은 오성취루가 실제로 28수 중 루보다 성에 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오성취성이 옳다는 사실이다. 이는 4000년 전 28수가 현재와 다르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오성취루로 너무 많이 알려져서 오성취성으로 바로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사실은 오성결집이 실제로 일어났고, 옛 기록이 옳다는 것이다.

고구려의 오성결집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나왔다. 오성결집 기록은 고구려 차대왕 4년(서기 149년)조에, ‘오성취어동방(五星聚於東方)’이란 기록으로 나와 있다.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려봤더니 149년에는 오성결집이 일어나지 않았고 2년 후인 151년 8월에 게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양 별자리 28수에서 게자리를 귀라고 하므로 오성취귀가 되겠다.

오성취루의 경우는 약 4000년 전 일이어서 1년 오차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성취귀의 경우는 약 2000년 전 일인데도 불구하고 오차가 2년이나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면 ‘삼국사기’의 차대왕 4년은 서기 149년이 아니라 151년이란 말인가?

‘천문류초’에는 중국에 관련된 오성결집 기록들도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BC 206년에 오성이 모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경우에도 2년 후, 즉 BC 204년에 오성결집이 일어났다. 이 무렵 천문기록이 일관되게 2년 오차가 적용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오성취귀로 고구려의 천문 과시 = 고려의 오성결집 기록은 ‘고려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조선시대 김종서와 정인지가 편찬한 역사책이다. 정확히 ‘오성’을 언급한 기록은 찾지 못했지만 오성결집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기록들이 발견됐다.

즉 서기 1108년(예종 3년), 1226년(고종 13년), 1327년(충숙왕 14년) 기록들인데 모두 오성결집이 1년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오차가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고려 이후의 오성결집 기록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황보 승 회원은 천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십 개의 오성결집을 찾아내 이 현상이 예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에 상응하는 오성결집의 역사적 기록이 앞으로 여러 문헌에서 더 많이 발견될 수 있으리라 믿어지는 이유다.

예나 지금이나 오성결집은 상서로운 현상이다. 배달국의 오성취각, 고조선의 오성취루(실제로는 오성취성), 고구려의 오성취귀, 이 ‘오성결집 삼총사’는 우리 민족의 상고사에 관한 기록들이 사실임을 과학으로 밝혀준 빛나는 등불들이다.

필자 소개

박석재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블랙홀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천문학 서적 집필을 통해 천문학 대중화에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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