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유니드, 동양물산기업 등 3개 업체를 이른바 ‘원샷법’(기업활력법) 승인 기업으로 첫 선정됐다. 1호 기업 탄생에 따라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 등 공급과잉 업종에 속한 대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사업재편에 탄력이 붙게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이들 세 기업이 신청한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된 기업활력법은 부실화 전에 정상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돕는 법이다. 상법ㆍ세법ㆍ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세제ㆍ자금ㆍ연구개발(R&D)ㆍ고용안정 등을 한 번에 지원해 ‘원샷법’이라고도 불린다 .
이번 승인은 지난 7일 열린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세 기업이 신청한 지 3주만에 이뤄졌다.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는 경영, 법률, 회계, 금융 등 분야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으면 지난달 16일 출범했으며 지난 7일 오후 2차 회의를 열어 이들 기업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론냈다. 이번 승인으로 해당 기업들은 신속한 기업결합심사, 법인세 이연, R&D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 지원을 패키지로 받게 됐다.
석유화학업종의 한화케미칼과 유니드 건은 석유화학 업종에 속하는 대기업간 사업재편이다. 한화케미칼이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고 유니드는 이를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해 부가가치가 높고 잠재수요가 풍부한 가성칼륨(29만톤 규모)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화케미칼은 유니드에 공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116억원의 법인세 이연 혜택을 부여받고 20만톤에 달하는 가성소다의 공급과잉을 해소해 고기능성 PVC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유니드는 투자비 절감과 생산량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1위 가성칼륨 제조사라는 지위를 굳혀 나갈 수 있게 됐다. 경량화 원천소재 개발 등을 위한 정부 R&D 과제를 신청할 때 우대가점도 받게 된다.
동양물산은 농기계 업종에 속하는 대표 중견기업으로, 동종업체인 국제종합기계의 주식을 인수하게 된다. 두 기업간 중복설비와 생산 조정을 통해 농기계 생산 15%를 감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기업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종합기계는 또다른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 분야의 동국제강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계열사다.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철강 분야도 간접적인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승인 절차는 주무부처 검토(최장 60일),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심의(최장 60일) 등 심사가 길어지면 최장 120일까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정위와 긴밀하게 공조해 기업결합승인을 사업재편계획 승인과 동시에 완료해 사업재편 신청기업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한화케미칼 등 세 기업이 기업활력법을 활용한 선제적 사업재편의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앞으로 이 기업들의 사업재편계획 이행을 면밀하게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 더욱 많은 기업이 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사업재편을 추진할 수 있도록 속도감있게 심사를 진행하고 심위위원회 개최 이전에 안건의 사전 검토를 위한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ㆍ운영해 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다른 제조업종은 물론 서비스업으로도 기업활력법 활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업활력법 정보 제공, 상담, 설명회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