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가 물류기업 피해로까지 번지자 한국은행이 끙끙 앓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며 연내 경제성장률(GDP) 전망의 발목을 잡은 데 이어, 한진해운 여파가 수출 악화까지 확대될 우려가 높아서다. 한은이 올 GDP 전망치 2.7%를 또 한 번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불똥이 수출기업에 튀었다.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다수의 한진해운 선박이 억류와 입항 거부를 당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수출 화물물류 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선박압류, 입항 및 반입, 출항거부 등 피해사례는 119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움츠러들며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2.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운업 구조정에 따른 제2차 피해인 물류 대란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다”며 “빠른 수습이 불가능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역시 예상치 못한 물류대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GDP를 2.7%로 전망할 때 한진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수출기업의 물류피해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도 “한진해운 사태가 전체적인 운임료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추경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애초 기대한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여야 주도권 다툼에 사용처도 밝히지 않고, 금액부터 확정하는 모순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추경 효과가 올해 안에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낮아졌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경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다 보니, 추경 집행에 따른 민간 파급효과가 올해 안으로 원활히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길게 보면 한 달 정도 늦어진 셈이지만, 당초 예상했던 부분보다 효과가 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