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전방위로 실시 중인 올해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제조업의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상반기에 끝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한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업종의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자 업종의 경우 2년 연속 5개 이상의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후방산업에 속한 전자 부품 업체들의 도미노 부실 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 채권 은행 관계자는 6일 “대기업이 전방산업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신용위험평가에서) 전자 부품,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을 더욱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채권 은행들은 취약 업종별로 재무 상태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기업들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전이되면서 중소 협력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각종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7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원화) 연체율(0.82%)은 6월 말(0.71%)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원화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73%까지 떨어졌지만 올 초 0.95%까지 치솟은 후 평균 0.85%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는 올해 신용위험평가 대상 중소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인 2만 개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대상은 2013년 1만6004개에서 2014년 1만6994개, 2015년 1만7594개로 점점 늘어났다. 이 중 기본 평가를 통해 세부 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도 매년 증가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해 세부 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은 2013년 1502개, 2014년 1609개, 2015년 1934개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C등급(워크아웃), D등급(법정관리)을 받은 중소기업 수도 계속 많아졌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2013년 112개에서 2014년 125개, 2015년 175개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하고 채권 은행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전자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부실화 속도가 빨랐다.
2013년까지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오락·레저서비스 등 비제조업 기업들의 비중이 제조업보다 컸다.
그러나 2014년에 전자 업종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대상 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제조업의 부실률을 끌어올렸다. 전자는 세부 평가 대상 업종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소 전자 부품 업체의 경영난은 지난해 더욱 심화했다. 작년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전자 부품 업체가 19개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 10곳 중 2곳은 전자 업종 중소기업이었다.
더불어 지난해엔 전자 부품 중소 업체 외에도 자동차, 기계 및 장비 분야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신용위험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늘어나도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채권 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등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여신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취약 업종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며 일정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상황인 만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