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이사장 모집 공고를 내고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모집공고가 나온 시점과 거래소 안팎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새 이사장을 선임하기보다는 최경수 현 이사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2일까지 새 이사장을 공개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일 이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거래소는 지원서를 마감한 뒤 서류 심사와 면접, 인사검증, 이사회, 주주총회 절차를 차례로 거쳐 차기 이사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공식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현재로서는 이달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최 이사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거래소 임원은 1년 단위로 연임을 할 수 있다. 추천위가 다른 때보다 늦게 구성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년 전 최 이사장이 선임될 당시에는 6월 초에 모집 공고가 났었다. 통상 추천위 가동 이후 최종 선임까지는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현안으로 재차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최 이사장 연임에 무게를 실어준다. 19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였던 최 이사장의 ‘업무연속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 8월에 예정됐던 휴가도 취소하고 개정안 통과를 위해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막바지에 다다른 현 정권의 임기도 새 거래소 이사장을 앉히기에는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새로운 이사장이 선임되더라도 3년 임기를 보장받기 어려워서 마땅한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새 이사장을 선임한다면 거래소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지주회사 회장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것도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전쟁 중에는 지휘관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최 이사장이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서 코넥스 시장을 개설하고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신규상장을 크게 늘리는 등 성과를 낸 점에 대해 정부 당국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거래소 이사장직 특성상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남은 기간에 충분히 후임자 인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이번 공모에 맞춰 증권가 헤드헌터들의 움직임도 바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