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외에서 잇따라 선박이 압류되는 등 수출 물량 지연이 현실화하고 있다. 겨우 살아난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수출입 중심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한진해운의 문제는 해운ㆍ항만ㆍ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당분간 수출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 물동량에서 최소 1~2개월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중 한진해운 처리 비중은 6.8%이나, 한국발(發) 원양 수출(미주, 유럽) 기준으로는 한진해운 처리 비중이 14%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12%다. 두 선사를 합치면 105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다.
해수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수출 물동량 20% 정도는 커버를 해서 70만TEU까지 회복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상반기에만 상당한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로선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운업계는 2018년까지는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당분간 수출 물량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당장 국외에서 한진로마호, 한진멕시코호 등의 한진해운 선박 압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샤먼ㆍ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 국외 항구 다수는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 거부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에 글로벌 무역 전체가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진해운의 공백이 아시아 수출이 가장 활발한 시즌에 일어나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루트인 태평양 횡단 노선의 선적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겨우 살아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해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9월 수출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경제에도 최소 7조 원에서 최대 17조 원까지 피해를 줄 전망이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 퇴출 시 발생 피해액을 연간 총 17조 원으로 추산했다. 해운업계 매출 감소 84억 달러, 부산 항만업계 등 연관산업 4억 달러, 무역업계 추가 운임 부담 67억7000만 달러 등 총 155억7000만 달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피해액을 연간 총 7조7000억 원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