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사이에 두고 무역전쟁을 벌일 조짐이다.
EU 집행위원회(EC)는 구글 등 인터넷 검색엔진이 뉴스 미리보기를 표시하는 경우 언론매체들이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급진적인 지적재산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오는 9월 정식으로 발표될 이 제안은 검색엔진과 콘텐츠 제작자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해 대형 온라인 사업자의 힘을 희석하는 것이 목표라고 FT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FT는 이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EU가 세금과 반독점, 사생활 보호 등의 이슈를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새 제안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방관적인 자세를 취했던 미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날 미국 재무부는 EU가 애플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려는 것에 대해 백서를 발행해 “‘초국가적인 조세당국’이 세제개혁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EC는 애플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수익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조세회피를 하고 있다며 지난 2013년 중반 조사에 착수했다. 최종 결론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한편 EC가 새로 마련하는 지적재산권 초안에 따르면 뉴스 게시자들은 자사 콘텐츠를 온라인에 표출하는데 ‘배타적 권리’를 갖게 된다. 이는 구글뉴스 등의 검색 서비스가 뉴스기사를 추출해 보여주려면 뉴스게시자들과 계약 조건 등을 합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C의 한 내부문서는 언론사들의 매출 감소를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실패하면 미디어 다원주의에 불리한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EC의 이 조치가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이전에 비슷한 조치를 취했으나 실패로 끝났다고 FT는 전했다. 스페인이 의무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자 구글은 아예 현지 뉴스 서비스를 닫아버렸다. 독일에서는 많은 언론매체가 트래픽 급감으로 고전하고 나서 구글로부터 사실상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줄리아 레다 독일 지적재산권 개혁 운동가는 “EC는 독일과 스페인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구조적으로 같은 일을 추진하려 한다”며 “그러나 구글의 규모를 감안하면 그보다 작은 언론매체들이 설령 ‘배타적 권리’를 갖고 있다 해도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EC의 초안은 언론매체들이 의무적으로 구글에 수수료를 부과할 필요는 없고 무료로 뉴스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