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핵심 조직인 정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이인원(69) 부회장이 26일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25일 황각규(61) 롯데쇼핑 사장을 불러들인 검찰이 그룹 2인자인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면서 신동빈(61) 회장의 검찰 출석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26일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그룹 계열사간 부당 거래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배임 혐의와 롯데건설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1973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영업본부장, 대표이사, 정책본부장 등을 지냈다.
검찰은 최근 롯데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비자금 조성 내역이 담긴 USB를 확보했다. 검찰은 정책본부가 2002년~2011년 사이 5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 적용이 가능한 부분을 확인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효 문제를 포함해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처벌된 부분이 있고, (파악되는) 비자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처벌이 가능할 지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실무진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로 조성된 자금을 파악하는 한편 사용처를 규명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또 이 부회장을 통해 정책본부가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6) 씨 모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증여 과정에서 6000억 원대 세금을 탈루하는 데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혐의에 관해 "주로 배임이 위주가 되고. 횡령 혐의에 관해서도 질문을 할 것"이라만 밝히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배임은 롯데피에스넷이 거론된다. 현금인출기(ATM) 운영사업을 하는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인출기 구매 사업 과정에서 롯데알미늄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40억여원을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 롯데시네마가 멀티플렉스 영화관 매장 내에서 식·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3개 업체에 사실상 독점운영권을 줬다는 부분도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영자 이사장이, 유원실업은 서미경 씨가 각각 상당 부분 지분을 보유한 업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3년 7월부터 과세당국이 세무조사를 벌인 뒤 6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관련자들을 고발 조치하지는 않았다.
이밖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경기도 오산 소재 10만㎡의 토지를 롯데쇼핑이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매입 추진 가격인 700억 원보다 높은 1030억 원에 사들였다는 의혹과 신격호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인천 계양구 골프장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롯데상사가 시세보다 수백억 원을 더 주고 구입했다는 부분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사 초기 검찰은 이번 수사를 크게 △비자금 조성(횡령) △계열사 간 부당거래나 일감 몰아주기(횡령·배임) △총수 일가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배임) 등 3가지를 기본 혐의로 보고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