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에 점차 활기가 다시 찾아들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정착해 결실을 맺은 농업인이 전국 각 지역에서 나오면서부터다.
#.대전에서 중등교사로 32년간 교편을 잡았던 강충호 씨는 교감으로 승진할 무렵 귀농을 결심했다. 오랜 주말부부 생활과 쌓인 피로가 이유였다.
“교감하고 교장하면 뭐합니까. 정년까지 혼자 살 텐데 참 부질없죠.”
아내 변홍숙 씨의 고향인 충남 금산으로 내려온 강 씨는 2013년 사과농장을 시작했다. 명예퇴직금을 쏟아부어 2년에 걸쳐 사과묘목 1000주를 심어 터전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느 귀농·귀촌인이 겪듯 정착기 초반에는 숱한 어려움과 우여곡절, 실패를 경험했다. 특히 과수지 근처 컨테이너에 큰 불이 났을 때는 ‘다 그만두고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그를 일으킨 건 부인 변 씨다. 아내는 남편에게 “기왕 할 거면 끝까지 해보세요. 당신은 멋지게 이겨낼 거예요”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과 이웃의 격려로 다시 일어선 강 씨는 이제 마을에서 ‘사과아저씨’로 불리며 총무도 맡았다.
1000그루의 사과나무는 내년이면 목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강 씨는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요합니다. 먼저 인사하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면 신뢰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삼성전기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했던 옥승국(34) 씨는 20대에 귀농해 어느덧 8년차가 됐다. 직장 선배들이 앞날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곧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은퇴 걱정 없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고민하던 옥씨는 단감농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창창한 나이에 귀농한다는 아들을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옥씨의 결심은 단호했고, 경남 창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믿고 기다려달라고 설득했죠. 한동안은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귀농 5년째 될 무렵부터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만큼 수입도 늘었습니다.”
그는 2013년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여자친구와 결혼해 지금은 두 딸을 둔 가장이 됐다.
“남들의 성공스토리만 듣고 큰 기대를 걸지는 마세요. 농촌은 일하기 좋은 곳이 아닌, 일하면 좋은 곳입니다.”
이 같은 귀농·귀촌인 사례에 대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성장 산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며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의 귀농·귀촌 인구 증가와 이를 통해 성공한 스타 농업인의 등장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