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우리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이하 사드)의 국내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에 반발한 중국이 한류 문화 제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터주(株)들의 주가 하락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고 있는 에스엠, 와이지엔터, JYP엔터 등의 주가는 최근 많게는 30~4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올해 초 시장을 이끌었던 엔터주들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걱정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엔터 부문의 중국 수출은 연간 700억 원에 머물고 있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엔터산업에 타격을 줄 만한 금액도 아니다. 국내 엔터산업의 규모는 추산하기 어려운 매니지먼트 부문을 제외하면 약 13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인 에스엠과 와이지엔터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매년 엔터산업이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시장 규모도 우리나라보다 3배가량이나 크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실체 없는 괴담에 추풍낙엽 떨어지듯 하락하는 엔터주들의 주가 현상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 엔터산업에 들어와 있는 중국 자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인수합병하거나 투자한 금액은 1억6130만 달러(약 183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1억1080만 달러)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특히 올 상반기 중국의 한국 기업 인수 또는 투자액 2억3723만 달러 중 70% 정도가 엔터산업 분야에 쏠려 있다.
이렇듯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중국이 더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류 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에 나선다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성급한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정치·군사적인 문제로 인해 우리 경제가 가지는 원천적인 리스크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은 일부 언론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넘쳐나는 ‘카더라’ 식의 루머에 휘둘리는 양상이다. 과도한 우려에 따른 루머가 ‘진짜 현실’을 덮어버리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한류 문화가 가지는 힘을 봤을 때 현재 증권시장에서의 엔터주의 하락은 분명 과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