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시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헤드셋 업체 한국지사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성추행은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을 피했지만, 여직원이 둘만 만나는 걸 피했다는 이유로 파견 근로계약을 해지 통보한 '갑질'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우희 판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J사 한국 지사장 이모(47) 씨에 대해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지사장은 지난해 6월 신규 직원 A(여·23) 씨의 입사를 축하하는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A 씨의 팔을 잡고 입술을 맞추려고 하는 등 성추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지사장은 며칠 뒤 A 씨로부터 '2, 3차까지 두 사람만 회식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듣자, 다음날 바로 A 씨의 파견근로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지사장은 A 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내가 ○○ 씨를 좀 잘봤어. 얼굴도 예쁘고 목소리도 예쁘고', '이제 일을 같이 하면 서로가 편해야 하는데 불편함을 겪었고 내가 좀 이미 불편한 부분이 있는거야'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A 씨가 입사한 둘째 날에는 오일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마사지업소에 커플룸을 예약한 후 A 씨를 데려가는 등 과도한 호감을 표시했다.
이 판사는 "이 지사장이 파견업체에 직원 교체 요구를 한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은 업무능력보다는 A 씨가 '남자친구가 있다'면서 '회식을 자제해달라'는 말로 업무외적인 1대 1 만남을 자제해달라고 의사를 표시한 데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용회사에서 파견업체에 파견근로자 교체 요청을 할 경우 파견업체가 이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이 지사장이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게 낫겠다'며 그만두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즉시 그만 둘 것을 통보한 것이지, 다른 업체를 알아볼 때까지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지사장이 입을 맞추려 하거나 팔을 잡은 행위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