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기업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이 엇갈린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기학 회장의 영원무역은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는 반면 김동녕 회장의 한세실업은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은 각각 ‘니트’와 ‘아웃도어’ 부분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수출 기업이다. 창업주인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과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지주회사) 회장이 이끌고 있다. 두 회사는 똑같이 2009년에 지주사 체제를 선택해 제조 및 유통 부분을 분할, 현재의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으로 주식시장에 재상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16일 한세실업은 전일대비 무려 12.56% 떨어진 2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세실업은 장중 2만9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한세실업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 감소한 3300억원, 영업이익은 18% 줄어든 19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여기에 3분기 실적 부진 우려까지 겹치자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날 영원무역은 전날보다 1.04% 떨어진 3만8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영원무역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저점(3만5250원)을 찍은 뒤로 지속적인 반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반등의 동력은 실적개선 기대감이었다. 영원무역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1.9% 늘어난 5513억원, 영업이익은 0.5% 감소한 694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똑같은 의류 OEM기업임에도 두 회사의 실적이 다른 것은 시장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갭, 유니클로, 아메리칸이글 등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의류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한세실업은 세계적인 소비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니트 의류는 기술장벽이 높지 않아 SPA시장의 경쟁심화에 따른 어려움도 크다”고 분석했다.
스포츠·아웃도어의류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영원무역은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특히 일상복으로 입는 ‘애슬레저룩’이 해외 시장에서 유행을 타면서 OEM 의류 부문 매출에 ‘효자’ 노릇을 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사업은 좋지 않았지만 세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의 실적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두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영원무역은 자전거브랜드 스콧(SCOTT)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인 반면 한세실업은 지난달 TBJ, 버커루, NBA 등 브랜드를 가진 중견 패션업체 엠케이트렌드를 인수했지만 실적 기여도는 미미한 상황이다. 한세실업으로서는 그나마 스포츠브랜드 NBA의 중국사업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