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소설부터 인문도서까지 우리 역사의 아픔을 돌아볼 책들이 쏟아졌다.
소설가 김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자신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시간이 흘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한다.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또 다른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은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한다”면서 “언젠가는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아무도 남아 계시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소설을 통해 그런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고, 그것이 문학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는 300여 개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치밀한 서사를 완성했다. 사실성을 극대화한 이 소설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독자에게도 역사의 잔혹성과 아픔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또 ‘일본군 위안부’라는 고통스러운 충격을 겪으며 살아남았기 때문에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그 이후의 삶’을 조명했다.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선안나 저)은 ‘광복을 염원한 사람들, 기회를 좇은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일제강점기를 겪은 14명의 삶을 풀어 담았다. 이회영과 이근택, 안희제와 김갑순, 남자현과 배정자 등 7명의 항일투사와 7명의 친일파의 이야기를 대비시켰다. 어렵지 않은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톈진조약’, ‘대동청년단’ 등의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이동준은 ‘불편한 회고: 외교 사료로 보는 한일관계 70년’을 통해 안일한 한국의 역사 인식을 질타했다. 우리 안의 식민성을 들여다본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봉인하고 한일관계 자체를 왜곡하는 데 사실상 협력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범 관계였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일제의 흔적을 걷다’(신효승 외 3인)는 남산 위 신사, 목포 일본 영사관, 성산 일출봉 해안 동굴 진지 등 저자들이 전국을 돌며 찾은 일제의 흔적을 담았다. 저자들은 각 현장의 시설과 건물을 꼼꼼히 둘러보며 일제의 야욕을 헤아려봤다. 또 책에 소개된 곳 외에도 직접 가보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각각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길을 상세히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