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에어컨 하루에 4시간만 켜면 전기료 한 달에 10만 원 안 넘어요. 누진제 없애려면 발전소 하나 더 지어야 하는데, 그건 어렵지 않습니까?”
산업통상자원부 채희봉 실장의 말이야.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볼 생각이 없대. 이미 가정용 전기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는 데다, 전력량 증가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거지. 사용량과 무관하게 요금을 똑같이 걷다 보면 부자 감세 논란도 일 수 있고 말이야. 그는 “외국에 비하면 한국 전기료 싼 편이에요”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SNS 속 세상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부자 감세는 어불성설이다. 전기료는 국가가 거두는 ‘세금’이 아니라, 국민이 쓴 만큼 돈을 내는 ‘요금’이다.” (트위터 아이디 assa****)
“젖먹이 엄마입니다. 저는 선풍기로 버틸 수 있지만, 아기들은 체온이 높아 10시간 넘게 에어컨을 틀어야 해요. 차라리 부자 감세하고 누진제 없애주세요.”(트위터 아이디 ialg****)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해. 산업용 전기요금과 형평성이 안 맞는다는 거지. 누진제 혜택을 받는 가정이 100집 중 2집밖에 안 되는 건 그렇다 쳐도, 서민들은 하루에 4시간 이상 에어컨 돌리면 ‘전기 낭비’라고 야단맞는데, 왜 기업들은 요금 걱정 안 하고 펑펑 써도 ‘산업 경쟁력’이라고 칭찬받느냐는 거야.
물론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저렴하긴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0% 수준이거든. 그런데 말이야.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얼마인 줄 아니? 2만8338달러(약 3100만 원)야. 38개국 가운데 28위지. 서민들 월급봉투 생각하면 전기요금이 싼 편이 아니란 거지.
‘여름철 전력 수요까지 소화하려면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해요’란 말도 그래. 인구 대비 원전 수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불볕더위와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 편히 외출 한 번 못 하는 서민들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잖아.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다는 소문에 일본 기업들까지 동해를 건너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손하익상(아랫사람에게 해를 입혀 윗사람을 이롭게 함)’ 불만은 당연한 거 아닐까?
“전기요금 누진 배율을 1.4배(현재 최고 11.7배)로 완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하겠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조경태 의원(새누리당)의 말이야. 한전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에 두 야당의 ‘전기사업법 개정안’ 약속에 이어 여당까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힘을 실었네. 정부가 완강히 버티고 있어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볼래.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내년에 이 걱정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맥 빠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