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러시아·유럽 생산공장을 직접 둘러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귀국 직후 과장급 이상 임직원을 긴급 소집해 “사명감을 가져달라”며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지난 2일부터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판매 현황과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귀국 후 첫 출근일인 8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과장급 이상 임직원 600여 명을 긴급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하반기 글로벌 경영환경이 어려우니 전 직원이 긴장감과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각자 맡은 업무에 임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룹 회장으로서 해외법인장 회의나 사장단 월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경우는 있지만, 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조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떠난 유럽 출장에서 느낀 위기감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출근하자마자 1시간가량 진행된 조회에는 권문식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참석했다.
정 회장은 지난주 나흘 동안 러시아와 유럽의 현대차 공장을 연이어 방문하는 강행군을 했다. 그가 유럽 현지를 찾아 해법 모색에 나선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시장의 전략적 중요도가 한층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은 해외사업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 회장은 현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도 해외사업장의 수익성 창출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브랜드 제고 등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함으로써 회사 전체가 지속 성장해가는 원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우리만의 어려움이 아닌 자동차 산업 모두의 어려움”이라며 “미래를 선점해 일류 자동차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유럽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것이 바로 현지 전략형 신차와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는 다음 달 중 유럽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준중형급 해치백 모델인 i30의 신형을 유럽시장에 처음 공개하고 본격 시장공략에 나선다. 이와 함께 독일에서 올 상반기 신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 투싼을 필두로 SUV 판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