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일본의 우먼파워 두 사람

입력 2016-08-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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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일본에서는 여성 파워가 오랜만에 주목을 받았다. 금전 스캔들로 전 도지사가 물러난 후 실시된 도쿄도지사 선거가 지난 7월 31일 실시되었다. 이 선거에서 전 방위상인 여성의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가 당선되어 우먼 파워를 과시했다. 일본 역사상 지사로 여성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여성 지사가 탄생한 것도 이번이 최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의 당선은 순조롭지 않았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추천한 후보가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고이케는 자민당의 도쿄도의원연합(이하 도의연)과 의논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후보를 발표했다. 고이케는 입후보 발표 후에야 자민당 도의연에 후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의연은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라는 후보를 따로 내세워 고이케의 후원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고이케는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 선거전을 치렀다.

여당 측 후보인 마스다는 전 이와테현(岩手縣) 지사이고 2008년부터 1년 정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자민당 내각에서 지방분권개혁 담당 장관을 지낸 정책통이기도 하다. 자민당의 공식 후보가 정해졌음에도 고이케가 선거 운동을 계속할 경우, 당내에서 대립이 생겨 문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했다.

고이케는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를 낸 일본신당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한 후 고이즈미 내각에서는 여성 최초의 방위상이 되어 화제를 모은 보수 정치가다. 사상적으로는 우파는 아니지만 건전한 보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집트 카이로대학을 졸업해 아라비아어에 능통하다는 점 등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당이 분열한 틈을 타 야당 측은 도리고에 슌타로(鳥越俊太郞)라는 유명 저널리스트를 단일 후보로 내세워 필승을 다짐했다. 그러나 야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고 도리고에는 입후보가 결정된 후에 공약을 작성하는 등 지사로서의 자질을 처음부터 의심받았다. 게다가 75세의 고령에다 지병문제로 크게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결과는 고이케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고이케는 마스다 후보보다 약 110만 표를 더 많이 얻었다. 전체 투표율은 59.7%였는데, 이는 1989년에 일본 연호가 쇼와(昭和)에서 헤이세이(平成)로 바뀐 후 실시된 도지사 선거 중에선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로 도쿄도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고이케는 여당의 추천을 받지 못해 조직적으로 유세를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녀의 유세 장소에는 도민들이 다수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다.

무엇보다 이번에 고이케가 압승한 가장 큰 요인은 자민당 도의연의 추한 고이케 괴롭힘에 있었다. 자민당 도의연은 고이케를 지지하면 도의연에서 제명하겠다는 협박을 소속 도의원들에게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도의연은 고이케 후보에게 크고 작은 음성적 방해를 가했다. 선거 직전에는 전 도지사이자 우파로 알려진 이시하라 신타로가 나서서 고이케 후보를 저속한 말로 비판했다. “그런 화장을 짙게 하는 나이 많은 여자에게 도쿄를 맡길 수는 없다!” 이런 이시하라의 여성 차별적인 발언이 오히려 고이케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런데 일본 국민들은 고이케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도의연의 중심에 우치다 시게루(內田茂)라는 도의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해 만 77세인 우치다는 자민당 도의연의 보스로 알려진 인물이다. 우치다가 승낙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민주주의를 의심케 하는 불미스러운 존재를 일본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 우치다는 도의연이 갖고 있는 정치자금 10억 엔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인 데다 도의원을 오래 지냈고 나이가 많아 아무도 그를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2011년 한 자민당 도의원이 정책적으로 우치다와 대립하다가 온갖 괴롭힘을 당했다. 이를 견디다 못해 그 도의원이 자살한 사실이 도지사 선거 유세 기간 중에 밝혀졌다. 자살한 도의원의 아내가 우치다를 원망한 남편의 메모를 공개했고 도지사를 지낸 이노세 나오키가 그 사실을 확인했다. 그 아내는 고이케의 유세 지원에 합류했다.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역대 도쿄도지사는 우치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주간 ‘분슌(文春)’은 8월 4일자에서 우치다의 비리 의혹과 그가 역대 도지사를 어떻게 장악해 왔는가를 상세히 폭로했다. 비교적 젊은 의원들이 많은 도쿄도의회에서 매우 비민주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알게 되자 일본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있을 수 없는 사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고이케에 투표함으로써 도쿄도의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일, 고이케는 지사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처음으로 도청에 모습을 나타냈다. 도쿄도청에 근무하는 약 1000명의 직원들이 고이케를 환영했다. 그러나 도의원들은 그 자리에 모습을 거의 나타내지 않았다. 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도의회의 요직에 있는 인사들이 모두 새로운 지사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보통인데 고이케 신임 지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냉대를 한 것이다. 고이케는 도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를 다녔는데, 상대해 준 도의원은 3명뿐이었고 도의회 의장에게 인사하러 그의 방으로 갔을 때 보도진이 두 사람의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했지만 도의회 의장은 거부했다. 선거 후에도 이어지는 고이케 신임 도지사 괴롭힘에 일본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땅에 떨어졌고 시대착오적인 여성 차별이 현대에도 존재함을 본 일본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앞으로 일본 국민들은 고이케 도지사가 도의회 개혁을 단행할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고이케의 경력을 보면 상당한 실력과 도량이 있는 여성이므로 앞으로의 수완이 기대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우먼 파워가 있다. 지난 3일 아베 신조 총리는 내각을 일부 개편했다. 그중 눈에 띄는 인사는 그동안 자민당 정조회장을 지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가 방위상으로 임명된 일이다. 고이케 이래 두 번째 여성 방위상이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이나다의 방위상 임명이 반가운 소식이라 하기 어렵다. 그가 아베 총리의 사상과 거의 일치하는 극우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극우파로 분류되는 사람이 방위상으로 임명되었다는 일은 간과하기 어렵다. 이나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파조직 일본회의의 임원이고 2011년 8월 1일 한국의 독도영유권을 부정하기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거부당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명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빼놓지 않고 해왔고 일본을 전범 국가로 단죄한 도쿄재판의 판결을 부정하여 난징대학살이란 없었다고 우긴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고 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발뺌을 한다.

이런 인사가 왜 중요한 시기에 일본의 방위상으로 임명되었을까? 그는 방위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그가 임명된 이유는 단 하나다. 아베 신조는 이나다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 수업 차원에서 그에게 요직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외교적인 사안을 무시하고 자신의 그룹을 강화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이나다의 방위상 임명에 대해 이미 우려를 표명했다. 한·미·일 공조를 원하는 미국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나다를 기용해 일본의 그릇된 독도 영유권을 강화하기라도 하려는 속셈인가? 고이케 도지사와 같은 우먼 파워라고 해도 여성 나치의 등장과도 같은 이나다의 방위상 임명은 우려만 확산시키고 있다. 이나다는 앞으로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당장 참배하러 간다 안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라고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의 언행에 따라서는 개선되기 시작한 한·일 관계가 다시 얼어붙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된 두 여성 파워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해외에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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