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0억대 국책사업인 평창올림픽 고속철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개 건설사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과 한진중공업에 대해 벌금 5000만 원씩을, 가담 정도가 낮은 두산중공업과 KCC건설은 각각 벌금 4000만 원과 3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담합을 주도한 현대건설과 한진중공업 직원 3명은 집행유예를, 범행에 가담한 두산중공업과 KCC건설 직원 4명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현대건설 등이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는 국책사업에 참여하면서 낙찰받을 수 있는 1개 사를 예정사로 정하고 나머지 3곳은 가격 낮추기 수법을 통해 들러리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업은 2018년 평창올림픽 일정에 맞춰서 시행되는 국책사업으로 범행의 파급효과가 국민 대다수에게 미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이 가볍지 않으며, 입찰에 참가한 다수 경쟁업체의 수고도 헛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모든 혐의를 자백하고 있고, '최저가 낙찰제' 방식이 저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담합을 유인하는 측면이 있는 점, 이 사건 이후 입찰참가자의 시공능력이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종합심사제'를 도입한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2013년 1월 발주한 '원주~강릉 복선전철 노반시설 공사' 입찰에는 26개사가 참여했다. 이 중 현대건설과 한진중공업의 견적팀 임직원들이 담합을 모의한 뒤 두산중공업과 KCC건설을 끌어들였다. 4개 공구 입찰 과정에서 각각 한 곳씩 낙찰받을 공구를 정한 후 나머지 3개사가 들러리를 서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쟁업체 22곳은 단 한 곳의 공사도 낙찰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