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가상현실(VR) 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기반의 자사 첫 VR 헤드셋 ‘미 VR 플레이’를 선보였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 삼성전자 등이 VR 시장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샤오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제품을 선보여 성공했던 스마트폰과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 1일 새 VR 헤드셋 베타 버전을 1위안(약 168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불과 수일 만에 베타 버전을 신청한 사람이 100만 명을 넘었다. 샤오미 대변인은 “향후 수개월 내 정식 버전이 출시되기 전에 수만 명이 베타 버전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와 잡지 콘데나스트트래블러 등이 ‘미 VR 플레이’ 앱에 콘텐츠를 공급하게 된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실행 가능하며 크기가 4.7~5.7인치인 스마트폰이 사용 가능하다.
다른 기기가 클립이나 별도 플라스틱을 사용해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는 것과 달리 샤오미 제품은 지퍼를 사용하며 소재는 라이크라 원단이다. 샤오미는 이 소재가 장기간 기기를 사용할 때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덜어준다고 강조했다.
정식 제품 가격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100달러 정도인 삼성 ‘기어VR’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글의 ‘카드보드 헤드셋’은 약 15달러지만 소재가 대부분 골판지다.
VR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IT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이 최근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과 함께 신형 ‘기어VR’을 공개하고 구글이 VR 플랫폼 ‘데이드림’을 추진하는 가운데 샤오미가 새롭게 뛰어들면서 VR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샤오미는 지난 5월 삼성 HTC LG전자 등과 함께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기기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글과 VR 기기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지만 샤오미는 여전히 올해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중국인은 이미 미국보다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쏟고 있어 VR 시장도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리서치업체 아이아이미디어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 VR 시장 규모가 550억 위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오미는 지난 2014년 12월 기업가치가 450억 달러로 뛰면서 세계 최대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해졌다. 샤오미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는 약 7000만 대로, 목표인 8000만~1억 대에 못 미쳤다. 이에 샤오미는 자사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 맥북을 겨냥한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