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 저버린 일부 상장기업, 투자자만 ‘골탕’

입력 2016-08-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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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성 자본시장1부 기자

일부 상장기업들이 허위공시, 공시번복 등으로 신뢰를 저버리면서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벌점에 따라 1일 매매거래 정지, 관리종목 지정, 상장 폐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의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증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중국원양자원이었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 한 홍콩 업체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74억 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는 공시를 했는데, 이 모든 것이 거짓말로 들통났기 때문이다. 시장은 제2의 고섬사태를 우려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더욱이 주가를 띄우고자 호재성 공시를 부풀리거나 부정적 공시를 숨기는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있지도 않은 소송을 당했다는 거짓말을 한 경우는 처음이라 황당하기까지 하다.

허위공시뿐만 아니라 공시번복도 문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불성실 공시법인과 지정예고 기업은 93곳으로 조사됐다. 올해 7월까지 포비스티앤씨, 신후, 에스아이리소스, 토필드, OCI, 제이앤유글로벌, 피엘에이, KGP, 하이비젼시스템 등이 공시번복 사유로 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받거나 예고 받았다.

그런가 하면 공시는 아니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사업을 홍보했다가 이를 뒤집는 때도 있다. 최근 A기업은 중국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가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제조사 C기업과 유통계약을 맺은 B기업이 C기업과의 협의 없이 A기업에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하려다 제동이 걸렸기 때문. 3사 간의 소통이 틀어지면서 실무 착오로 벌어진 일이다. 이날 A기업은 계약 보류 발표 후 주가가 3.84% 하락했다. 애꿎은 투자자만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 사회적 자본은 물적 자본, 인적자본에 이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로,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될수록 거래비용은 적고 효율성과 생산성은 높아진다. 일부 상장기업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은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끼친다.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투자를 끌어내야 할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다. 신뢰는 분명 경영상의 중요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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