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주식시장의 ‘스타’로 만든 ‘바이코리아 펀드’는 판매실적 등 여러 면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설로 불린다. 채권형 투자 상품이 주류를 이루던 1990년대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형 펀드로서 인기몰이를 한 것은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바이코리아 펀드의 ‘전설’은 몇 개월 가지 못했다. 그 해 대우그룹 부도로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후 바이코리아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순탄치 못한 세월을 보냈다.
2004년 현대그룹이 내우외환을 겪는 과정에서는 이름이 바뀌었다. 현대투신이 미국 푸르덴셜에 넘어가면서 ‘푸르덴셜나폴레옹주식펀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를 계기로 잠시 설정액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이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다시 좌초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푸르덴셜이 해외 자회사인 푸르덴셜자산운용을 한화그룹에 매각함에 따라 이 펀드는 또 한 번 간판을 바꿔달았다. 푸르덴셜을 합병한 한화자산운용이 펀드명을 ‘한화코리아레전드주식펀드’로 변경하고 대표 펀드로 내세웠다. 그러나 29일 기준 이 펀드의 설정액은 970억 원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
하지만 이 펀드의 수익률은 놀라운 수준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 펀드의 1999년 3월 6일 설정 이래 누적 수익률은 458.59%에 달한다. 17년간 458.59%라는 것은 매년 평균적으로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수익률도 18.34%로 양호하다.
인터넷 투자게시판 등에서는 이 펀드를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로 언급하기도 한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신한은행,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에서 취급을 재개해 판매사는 총 25개사로 늘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금도 소폭 유입세다.
한화자산운용은 이 펀드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특정 종목군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경쟁력을 갖춘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