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가 고가의 기존 아이폰을 대체할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이 3월에 아이폰SE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399달러인 가격은 신흥국에선 아직 비싸서 매력이 없고, 선진국에서는 고가의 고급 모델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26일(현지시간) 공개된 회계 3분기(4~6월) 실적에서는 아이폰SE의 잠재력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3분기 아이폰 판매 대수는 404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아이폰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에게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애플은 4분기(7~9월)까지 매출이 3개 분기 연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보다 소폭 감소에 그쳤는데, 이는 아이폰SE가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주가는 이날 정규 거래에서는 소폭 하락했으나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7.5% 급등했다.
RBC 캐피털마켓의 아미트 다르야나니 애널리스트는 전체 아이폰 판매 대수에서 아이폰SE가 차지하는 비율을 23%로 추산했다. 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며 “숫자는 이 이상 나빠지지 않고, 아이폰의 새로운 사이클에 곧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주요 모델은 애플의 재무 체질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터뷰에서 “고객 수요는 분기 초 시점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3분기는 아이폰SE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4분기에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생산 능력을 정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저가 기종이 매출의 지지 기반이 돼 스마트폰 사업의 높은 이익률이 희생되는 상황은 애플에게 위험하다. 최근 분기 아이폰의 평균 판매 가격은 595달러로 1년 전의 660달러에서 하락, 저가 모델의 인기를 실감시키고 있다. 4분기 총마진율은 37.5~38%가 될 전망으로, 애널리스트 예상 평균인 38.3%를 밑돌 전망이다. 전년 동기는 39.9%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성 저하 경향은 차세대 ‘아이폰7’이 발표되는 4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2015년에 발표된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에 비해 성능면에서의 향상이 적은 아이폰SE와 달리, 아이폰 업그레이드 시에는 매번 매출 성장에 박차가 가해져 총마진율이 40%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또한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현지 기업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으며, 중화권에서 3분기 매출은 30% 가량 감소했다. 중국 시장이 한층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애플은 다음 성장 동력으로서 인도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인도에서 올 회계 첫 9개월 매출은 51% 증가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 역시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인도를 방문해 직영점 개설 승인을 받고자 당국자와 회동을 갖기도 했다. 쿡 CEO는 26일 실적발표회장에서도 “향후 인도에서 직영점을 개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는 활기차고 매우 큰 잠재력이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