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의 통 큰 배당 사례를 접한 국내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100%에 가까운 배당금을 해외 본사로 줄줄이 송금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에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총 359억5048만 원 중 사실상 100%인 359억 원을 본점(Merrill Lynch International Incorporated)으로 송금했다. 올 초 영업 악화를 이유로 한국 내 은행업 라이선스를 반납한 스위스계 UBS증권 서울지점도 지난해 번 당기순이익(514억 원)보다 많은 520억 원을 본점(UBS Securities Pte.Ltd)으로 송금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고배당 잔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 900억 원, 골드만삭스 800억 원, 모건스탠리 360억 원, JP모건 380억 원 등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모조리 본사로 보냈다. 급기야 프랑스계 BNP파리바증권의 경우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16억6100만 원)의 세 배가 넘는 50억3834만 원을 본사로 송금해 눈길을 끌었다.
자본시장에서 원칙적으로 배당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수 없다. 어제오늘 일도 아닌 해묵은 논쟁이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사실상 100%에 가까운 고배당이 업계 안팎에서 눈총을 받는 이유는 최근 어려워진 업황 환경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부터 업황 악화를 이유로 RBS, 알리안츠, 바클레이즈 등 굴지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하는 시점에 관련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임직원 역시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가 됐다. 그러나 철수를 결정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보상을 제시해 관련 직원들은 두 번 눈물을 쏟아야 했다. 그나마 일부 금융기관들은 노조를 결성해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퇴직 관련 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 시장과 직원에 대해선 인색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유독 본사에만 화끈한 고배당을 보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국부 유출까지 운운하고 있다.
근래 한국시장이 어려워서 떠나는 외국계 금융기관과 달리 남아 있는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에서 (그나마) 수백억 원 규모의 돈을 벌고 있다. 이들에게 재투자 등 한국 시장 영업 확장에도 재원을 활용하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기대일까.
제 배만 배불리고 보자는 ‘먹튀’ 이미지보다는 외국계 이름값에 걸맞은 대인다운 결단도 때로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