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대한민국 1위 증권사’를 묻는다면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증권사의 ‘덩치’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는 11월 출범을 앞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법인이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시장점유율이 더 와 닿는다. 이 부문에서는 키움증권이 오랜 기간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비교적 최근 창업한 뒤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회사라는 점은 흥미롭다.
키움증권은 2000년 출범해 국내 최대 온라인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식 매매브로커리지 점유율 분야에서는 11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5월에는 하루 주식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기기도 했다. 국내 수십 개 증권사가 있지만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키움증권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사업모델로 출발했다. 처음 키움닷컴이 설립될 때 단 한 곳의 오프라인 점포도 운영하고 있지 않은 키움증권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누구도 점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키움증권의 굳건한 토대가 됐다. 100% 온라인 영업을 한다. 이를 통해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키움닷컴은 점포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영웅문’을 통해 주식거래 업무를 처리했다. 키움증권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트로트 스타 ‘이박사’를 등장시킨 TV광고였다. 당시 증권사 광고로서는 파격적인 콘셉트였다. 이 광고의 흥행과 저렴한 수수료에 힘입어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가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키움증권이 온라인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역사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성공하면서 국내 증권시장의 장이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의 PC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면서 “개인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는 데 일조하면서 국내 증시의 외형적 성장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