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서별관회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

입력 2016-07-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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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추경안 처리를 계기로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논란이 다시 토픽이 됐다. 지난달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재직 당시 “나는 허수아비였던 회의”라고 밝혀, 밀실 행정의 적절성과 책임성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회의록조차 존재하지 않는 밀실 금융행정의 대표적인 회의체로, 시장 논리보다 관치(官治)를 우선으로 정책을 결정해왔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사실 서별관회의 밀실의 적폐가 이슈화된 건 3년 전이다. 2013년 당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서별관회의가 열렸다는 내용을 부인하려다 위증 논란까지 낳았다. 동양그룹 사태는 자금난에 몰린 동양이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해 거액의 피해를 유발한 사건이다.

최 원장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회장과 만났지만 동양그룹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기택 전 회장이 서면을 통해 “서별관회의에서 동양그룹에 대한 대출 규모 등을 거론했다”는 내용을 국회에 전달하자 뒤늦게 관련 내용을 시인해 적잖은 논란을 야기했다. 비공식 회의체라는 점에서 회의 참석자조차 서별관회의를 부인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서별관회의는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이 매주 화요일 조찬을 겸한 회의를 한다.

일각에선 19년의 역사만큼 밀실회의 폐단보다는 ‘효율성과 실용성’을 이유로 존속 가치에 무게를 둔다. 청와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결과 보고가 빠르고, 그에 따른 신속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만한 정책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대우차·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빅딜, 제일은행 등 은행 구조조정, 2000년대 초반의 카드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방안, 저축은행 구조조정, 가계부채 해결 방안 등 수많은 현안이 이 회의에서 결정됐다. 또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방향도 이 회의가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종합하면 서별관회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밀실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로 압축된다. 만일 올바른 결정이 나온다면 존폐를 떠나 서별관회의든, 동별관회의든 어떤가.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서별관회의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공식적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법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행정 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서별관회의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민한 적이 있다.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하면서 아무 일 없는 듯 기록이 없다고 말하는 지금의 모습과 상반된다.

현재 서별관회의는 6월 6일 이후 홍기택 전 회장 인터뷰 파문을 계기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없애라”와 “안 된다”는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존폐 논란에 언제 가동될지 장담할 수 없다. 비밀주의와 폐쇄성으로 일관하고, 국민의 오해만을 불러일으키는 서별관회의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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