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본격화한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첨단기술로 시장을 선점하고 새로운 수익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기판 신제품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2632억원을 투입한다고 21일 공시했다. 자기자본의 6.1%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다음 달 15일부터 올해 말까지 투자가 진행된다.
이번 투자자금은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내 노후화된 LCD 공장 일부 라인과 삼성전기 부산·세종사업장에 투입된다. 삼성전기는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내 4세대 LCD 공장 일부를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천안사업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양사 인력이 투입된 태스크포스(TF)는 PCB(인쇄회로기판) 없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PLP(패널 레벨 패키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TSMC의 패키징 기술 FoWLP(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를 넘어서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기는 패키징 분야 진출을 통해 사양세로 돌아선 PCB사업을 보완하고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통해 TSMC에 빼앗긴 애플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물량을 확보하려는 복안이다.
삼성 PLP 기술의 핵심은 제품 슬림화 및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이다. PCB가 없는 PLP 기술은 삼성전자의 기존 패키징 기술(PCB 기반 팬아웃 방식) 대비 크기와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점차 슬림화되는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됐다. 또한 PCB는 없지만 사각 패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경쟁사 TSMC의 FoWLP(원형 웨이퍼 기반 팬아웃 방식)과 비교해 제품 손실 최소화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FoWLP, 삼성의 PLP 기술 등은 연구개발 중인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중 하나로, 삼성은 경쟁사 대비 생산효율성이 높이면서 비용은 줄이는 삼성만의 차별화 기술을 선택한 것”이라며 “사업 준비단계인 만큼 기술개발 속도와 수급상황 등에 따라 양산시점이 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1년간 사업 종료·분사·매각 등을 통한 체질개선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6월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모터사업 중단을 시작으로 그해 7월 파워·튜너·ESL사업 분사를 결정했고 최근에는 반도체 테스트용 부품사업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핵심사업 위주로 DM(카메라모듈·네트워크모듈·무선충전 등)·LCR(MLCC 등 칩부품)·ACI(반도체패키지기판·고밀도다층기판 등) 등 3대 사업부를 정리했고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부품과 반도체 패키징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