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출시한 통합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가 과열 유치 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가 하면, 셀카봉, 현금 등의 경품으로 회원을 유치하자 금융감독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9일 4대 금융지주 부사장을 불러 모아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를 놓고 과당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15일에도 17개 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은행 직원들을 동원한 멤버십 서비스 방문 판촉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이 나흘 만에 따로 4대 금융지주 부사장을 부른 것은 은행·증권·보험·카드사 등 여러 계열사를 둔 금융지주가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 그에 따른 비용이 소비자 등 다른 곳으로 전가될 수 있어 문제"라며 "경쟁이 더 확산하는 조짐을 보여 가라앉힐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멤버십 포인트는 계좌이동제로 인해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금융회사가 고객을 잡기위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이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9월엔 KB금융지주가 경쟁 대열에 합류한다.
한 금융지주 계열사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통합 포인트를 주고, 이런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쓰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출금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사 마일리지, 통신사 포인트, OK캐쉬백, 쇼핑몰 등 외부 제휴사 포인트와도 연동된다.
은행들은 통합 멤버십에 가입하고 모바일 은행에서 환전하면 우대 환율을 적용해주고, 여행자 보험 가입 혜택을 주는 등 계열사를 동원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통합 멤버십 포인트에 가장 먼저 뛰어든 하나멤버스는 회원 수가 560만명을 넘어섰다. 에쓰오일, 옥션, 지마켓, 편의점 씨유(CU) 등 100여개 업체에서 포인트를 쓸 수 있어 빠르게 회원 수를 늘렸다.
신한 팬(FAN)클럽은 출시 한 달 만에 회원 수 55만명을 돌파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1일 뒤따라 '위비멤버스'를 내놓고 본격적 경쟁에 나섰다.
각 은행 및 계열사 영업지점에선 가입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점 직원들이 출근길 가입 유치 전단을 배포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수욕장·워터파크 등 휴가지에서도 입간판과 상담 테이블을 마련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 간 과당 경쟁으로 영업점 직원들이 과도하게 멤버십 확장에 업무 시간을 할애하거나, 가입 고객들에게 마케팅 수신 동의를 얻어내 텔레마케팅(TM), 불완전판매가 증가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하나금융은 직원들이 지점 인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원모집을 하다가 금감원 자제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극장은 물론 미성년자들이 많이 모이는 PC방에서까지 회원 모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셀카봉과 같은 경품은 물론 가입의 댓가로 현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한 금융지주사 직원은 "지점내에서 통합 멤버십 회원 몇 명을 유치했는 지 매일 공개적으로 관리한다"며 "최근 직원들이 통합멤버십 유치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