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희롱 혐의로 피소된 로저 에일스(76) 폭스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뉴스 모회사인 21세기폭스는 최근 성희롱 파문 이후 에일스 CEO와 사퇴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다. 다만 21세기폭스는 “에일스는 현재 근무하고 있으며 그의 혐의에 대한 내부 검토도 진행 중”이라면서 “폭스뉴스와 에일스 간의 고용 계약서는 기존의 것 그대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세기폭스를 소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과 그의 장남 라클란 머독과 차남 제임스 머독이 에일스에 사퇴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에일스 사퇴 시기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며 머독 부자가 에일스의 사퇴 시기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이후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에일스는 폭스뉴스를 미국 대표 보수 뉴스채널로 키우며 폭스 미디어그룹의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TV 프로듀서 출신인 에일스는 60년대 말~90년대 초까지 미국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로 일하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 부시(아버지) 대통령 등 공화당 후보의 미디어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 폭스뉴스 간판 여성 앵커였던 그레천 칼슨(50)으로부터 상습 성희롱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추문에 휩싸였다. 칼슨은 지난 6일 에일스 회장이 성(性)적 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출연료를 줄이고 부당하게 계약이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에일스는 칼슨이 낮은 시청률로 종영된 프로그램과 재계약이 무산되자 복수심 때문에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화당 경선 당시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워 유명해진 폭스뉴스 앵커 메긴 켈리도 이날 에일스 회장으로부터 성희롱 당한 사실을 증언하면서 그의 혐의에 대한 여론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일스 회장의 사퇴 가능성은 폭스뉴스는 물론 머독 가문의 미디어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일스의 사퇴로 그간 쌓아왔던 보수진영의 지지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빌 오라일리, 션 헤니티, 그레타 벤 서스터렌 등 폭스뉴스 간판 진행자들의 고용 계약서에는 에일스 회장이 사임할 경우 이들도 폭스뉴스를 떠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에일스가 성 추문 때문에 갑작스럽게 사퇴하는 것도 회사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CNN머니는 지적했다.